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홈플러스가 본사인 영국 테스코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지분을 100% 보유한 테스코는 홈플러스와 어떠한 정보도 공유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홈플러스 매각을 위한 주관사로 세계 1위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전혀 아는 게 없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영국 본사에서 이날(현지시간) 지난해 크리스마스 실적 발표가 있다는 이야기 외에는 어떤 것도 듣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공식적인 크리스마스 실적 발표 외에 매각설 등은 어떠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본사로부터 철저하게 외면 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홈플러스 매각설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당시에는 테스코 본사가 직접 "해외 사업의 중심이자 성공적인 투자의 표본인 홈플러스를 매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매각설을 전면 부인했다.
이후 지금까지 홈플러스의 분리 또는 일괄 매각설이 수차례 떠올랐다. 하지만 그때마다 인수 후보로 물망에 오른 업체들은 완강히 부인했다. 홈플러스도 본사가 주관하는 일이라 전혀 알 수 없다는 패턴을 반복했다.
매각설이 나올 때마다 영국 본사로부터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상황이 이렇자 도성환 사장의 경영 능력까지 도마 위에 오르 내리고 있다. 이승한 전 회장이 지난해 사퇴한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본사로부터 철저히 외면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전 회장은 1999년 시작한 홈플러스를 불과 14년만에 연매출 12조원, 점포수를 140여개까지 성장시켰다. 업계에서는 '이승한 = 홈플러스'라는 수식어까지 있을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도 사장 체제 이후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너무 끌려 다니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이 전 회장이 이끌 당시만 해도 테스코 계열사 임원들은 홈플러스의 평생교육스쿨을 벤치마킹하러 국내에 직접 들어왔다. 또 테스코 본사가 홈플러스의 영업방식이나 점포 형태를 배워가기도 했다.
게다가 다른 해외법인과 달리 상호 앞에 ‘테스코’를 붙이지 않은 것은 국내 홈플러스가 유일했다. 2011년 홈플러스로 사명을 변경할 땐 아예 테스코라는 이름도 버렸다.
업계 관계자는 "도 사장 체제의 홈플러스와 이 전 회장의 홈플러스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지금의 홈플러스는 테스코 본사로부터 철저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업계에서는 홈플러스 매각이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매각 대금이 최대 7조원에 이르러 일괄 매각이 쉽지 않은 데다 국내 대형마트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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