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중요한 전환기를 맞을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지난 2009년 대우건설을 인수했다가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맞아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갔던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졸업했고, 금호타이어와 함께 자율협약 절차를 밟은 아시아나항공 역시 지난해 이를 졸업했다.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금호산업 역시 지난해 조건부로 워크아웃을 졸업하면서 5년만에 그룹 주축 계열사들이 경영정상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다.
그러나 박 회장에게 올해는 더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 등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르면 이달 중으로 금호산업의 매각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57.5%의 지분을 한번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의 인수는 올해를 '제2창업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박 회장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금호산업은 그룹의 주축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사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장남인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과 함께 금호산업의 주식 10.4%를 보유하고 있지만 금호산업의 안정적 경영권을 위해서는 매각 지분 전량 매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위한 자금으로 최소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동생인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에 상표권 소송을 청구한 상태다. 금호산업 측은 지금까지 금호석화가 지급하지 않은 상표권 수익 260억원을 지불하고, 향후에도 계속 상표권을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금호석화는 금호의 상표는 금호산업이 아닌 창업주인 박인천 회장이 처음 사용한 만큼 상표에 대한 권리는 공동으로 갖고 있는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상표권 소송은 당초 지난해 12월 1심 판결이 날 예정이었으나 오는 16일 추가변론을 할 예정이다.
박삼구 회장으로서는 이번 소송에서 패배할 경우 비용적으로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암초도 있다.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한 금호타이어에서 임금 협상안을 놓고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사측은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 수준의 임금으로 맞춰주겠다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워크아웃 기간인 지난 5년간 임금 삭감 및 반납 등으로 인해 받지 못한 임금 과 생산성 향상에 대한 보장을 해줘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워크아웃 이전의 금호타이어의 임금은 한국타이어보다 약 18% 높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박 회장에게는 올해 예정된 금호타이어 지분인수(채권단 보유 42.1%)와 금호고속의 인수도 걸려있다.
박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전 층을 직접 돌며 직원들에게 일일이 새해 인사를 전했다. 올해를 제2창업의 원년을 삼겠다는 의지를 내부 결속을 다지며 내비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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