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당권 주자가 ‘문재인·박지원·이인영’ 의원 간 3파전으로 압축되면서 이미 안착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카운터파트너(대화상대)로 누가 마주하느냐에 따라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정국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정부 출범 이후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을 시작으로, 집권 2년차 때 세월호 특별법 등 ‘정쟁의 진원지’가 잇따라 발발한 터라 제1야당 대표의 리더십과 대여 전략이 ‘통합 정치의 복원이냐, 정파적 패권주의냐’를 가르는 중대 분수령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새정치연합 차기 당권 주자가 ‘범야권의 유력한 대권 잠룡(문재인)’, ‘제1야당의 킹메이커(박지원)’, ‘세대교체 기수(이인영)’로 이뤄진 만큼 그 이전의 ‘황우여 체제(새누리당) 대 김한길 체제(구민주당)’와는 차원이 다른 정국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金 vs 文, 대권잠룡 간 대결…빨라지는 대선시계
8일 여야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가장 유력한 여야 조합은 ‘김무성 체제 대 문재인 체제’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권 삼국지를 이룬 김 대표와 문 의원이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때 카운터파트너를 이룬다면, 19대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청와대의 국정주도권 동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부터 1월 2일까지(1일 제외) 4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차기 대권 주자 지지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P)에서 문 의원(16.2%)과 김 대표(12.2%)는 2∼3위를 기록했다. 1위는 18.1%를 기록한 박 시장이 차지했다. 여야의 차기 대권 주자가 2016년 의회권력에 앞서 당 전면에서 대권 경쟁을 펼치는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경쟁자였던 문 의원의 등장으로 정국이 ‘박(박근혜) 대 문(문재인)’의 구도로 좁혀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른바 ‘2012년 대선’의 제2 라운드다.
이 경우 여야 관계는 ‘강(强) 대 강(强)’ 국면에 따른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 대표 역시 대통령과 날을 세우는 야당 대표와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정국 파행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문 의원은 대선 패배 책임 논란에도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과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은폐 의혹 국면에서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 부각’에 나섰다. ‘트리플 크라운(총선·대선·지방선거)’ 패배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문 의원으로선 대여 강공을 한층 강화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지금으로선 별다른 대안이 없지 않나. 문재인 체제에서 제1야당의 존재감은 물론 민생정당, 수권정당을 위한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지금이 우리 당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 강경노선에 선 문 의원의 전면 등장으로 여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에 새정치연합 내 친노(親盧·친노무현)계와 비노(非盧·비노무현)계의 갈등까지 겹친다면, 정국 경색과 야당의 위기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정국이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金 vs 朴 ‘정치복원’…金 vs 李 ‘이념갈등’
새누리당에서 가장 원하는 구도는 ‘김무성 체제 대 박지원 체제’다. ‘상도동’과 ‘동교동’의 만남이라는 정치적 상징과 더불어 ‘호형호제(呼兄呼弟)’ 사이인 이들이 각 당을 이끈다면, 통합과 상생의 정치를 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 당시인 2010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을 맡으며 관계 회복에 나선 바 있다.
이 체제의 관전 포인트는 ‘개헌’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상하이발(發) 개헌 태풍을 몰고 왔다. 그간 박 의원은 개헌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를 외쳤다.
이들이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때 개헌을 고리로 손을 맞잡는다면, ‘미래권력’을 꿈꾸는 여당 대표와 ‘킹메이커’를 꿈꾸는 야당 대표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떨어질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문 의원과는 달리 박 의원의 경우 ‘묻지마식 대여공세’가 아닌 계파 해체 등 당내 혁신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많다. ‘김무성 체제 대 박지원 체제’에선 갈등의 화약고 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여야 관계가 재정립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문 의원 보다는 박 의원이 야당 대표가 되는 게 낫다”며 “이들은 이미 한 번 호흡을 맞춘 적이 있고, 워낙 잘 아는 사이기 때문에 협력할 부분에선 우호적인 관계를 이룰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시나리오인 ‘김무성 체제 대 이인영 체제’는 여당의 대권잠룡 대 세대교체 주자 간 대결 구도다.
비박(非朴·비박근혜)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높은 대중성으로 체제를 공고히한 김 대표와는 달리, 이 의원의 경우 486그룹의 맏형이지만 당내 조직도 대중성도 약하다는 점에서 야권의 위기가 대치 국면의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새누리당 친박(親朴·친박근혜)과 비박 입장에선 ‘박지원 당선’이 유리하다. 특히 문 의원 당선 시 여권 내 권력구도의 지각변동이 커질 수 있다”며 “눈여겨볼 대목은 이 지점에서 김 대표의 입장이 이중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문 의원의 당선이 싫지만, 청와대 공격을 문 의원이 대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김 대표의 전략은 이이제이(以夷制夷)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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