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규온 기자 = #-지난 1981년 파리~리용 간 떼제베를 개통한 프랑스는 고속철을 내세워 네덜란드와 벨기에 등 인근 국가까지 개통했다. 비행기가 아닌 육상 고속철도 개통으로 사실상 국경을 무너뜨렸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는 국제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독일 역시 고속철도인 ICEs 개통 후 교통 수단별 시장 점유율이 크게 변했다. 고속철도 등 기차 점유율이 1.86% 정도의 미미한 수준에서 28.2%로 급증했다. 대신 항공수요는 5.0%에서 3.5%로, 승용차는 76.4%에서 68.3%로 줄었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은 '아셈(ASEM)회의'에서 유럽과 아시아 복합물류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역설했다. 한반도를 종단하는 철도 물류를 대륙으로 연결해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과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GR) 등과 연결하는 '철(鐵)의 실크로드'를 구축하자는 내용이다. 물론 그에 앞서 통일 수준의 남북관계 개선이 선결 과제이긴 하지만 거대 담론으로 논의할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특히 육상물류의 핵심인 철도는 'KTX시대'가 본격 개화하면서 그 가치와 효용성 측면에서의 중요성은 두 말할 나위가 없게 됐다.
#-동북아 경제 허브를 꿈꾸는 새만금을 품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KTX시대가 갖는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전북지역에서 'KTX 혁신역사' 신설 문제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KTX시대가 가져다 줄 폭발력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재 익산지역으로만 국한된 '호남선 KTX 익산역'을 전주, 익산, 군산, 김제, 완주 등 도내 5개 시군을 아우르는 접경지로 이전해 효율성을 배가시켜야 한다는 게 핵심 요지다. 내부적으로 잠복해 있던 KTX 혁신역사 신설 문제는 지난해 9월 전북지역 법조계와 정재계, 시민단체 등 관계자 500여명이 중심이 된 가칭 'KTX 혁신역사 설립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출범하면서 첨예한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추진위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점동 변호사(61ㆍ법무법인 백제 대표변호사)를 만나 KTX 혁신역사 신설의 필요성과 당위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지역 상생발전 차원에서 접근 바람직
김 위원장은 KTX 혁신역사 설립은 지역 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맞물린 부분이라 추진위 운영 과정에서 정신적 중압감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라고 서두를 꺼냈다. "왜 굳이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느냐"는 주변의 우려 섞인 시각과, "혹시 다른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오해와 편견이 있을 것이라는 것쯤은 충분히 상상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은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가서야 되겠느냐"며 "KTX 역사 위치 선정 문제는 미래 전북 발전을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사안인 만큼 도민 모두가 관심을 집중해야 마땅하다"고 단호한 어조로 일축했다. 일부에서는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느냐고 우려를 하고 있지만 지역 상생발전을 위해서는 시기는 크게 문제되지 않고, 지금이라도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근 중국 흑룡강 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KTX 혁신역사 설립은 향후 새만금이라는 무한한 잠재 공간을 보유한 전라북도와 중국 간 원활한 교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앞으로 도내 민ㆍ관, 정치권 등과 연계해 KTX 혁신 역사 설치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새만금 개발과 전북혁신도시 조성 등으로 낙후된 전북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황에서 호남선 KTX 역사의 관문 역할 수행 여부는 향후 전북 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분수령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140만 경제 권역 형성이나 민자 유치의 효율성 제고, 문화ㆍ관광산업 등의 발전 차원에서 도내 5개 시·군이 만나는 지역에 KTX 혁신 역사를 설치하는 것이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호남선 KTX 익산역이 애초 익산지역에 계획됐다는 이유로 현재 위치만을 고수한다면 모처럼의 호기를 무용지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낙후 전북의 오명을 떨치고 전북지역 미래 발전의 포석이 될 호남선 KTX 역사 문제는 지역 상생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전북도내 전역을 아우르는 '광역전략' 수립이 절실
실제로 현재의 KTX 익산역은 전주나 군산·김제·완주지역에서 평균 40분 내외의 시간이 소요되는 관계로 이용 편의성과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는 데 모두 공감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 10~20분이면 도달이 가능하고, 새만금지역과 전북혁신도시의 관문인 김제 백구나 공덕 등의 인근 지역에 역사 설치가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익산역이 이전할 경우 익산시의 반발이 극심할 것이라는 데 있다.
역사 이전에 따른 공동화와 상대적 박탈감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의 지역적 이익이 반대급부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익산시민들이 역사 이전 주장에 쉽사리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 간 갈등만 조장할 소지도 다분하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전북도와 익산지역의 이익이 보장되는 방향의 프로그램이 나온다면 역사 이전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의 익산 역사는 전라선이 정차하는 KTX 역사로 활용하고, 익산역 주변의 코레일 부지 6만여평을 상업용지 등으로 용도변경 한 뒤 전북개발공사 등이 개발해 분양한다면 익산역 주변 상권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특히 "민자 유치 실패 등으로 답보상태를 거듭하며 좌초위기에 처해 있는 익산 'KTX복합환승센터' 시설이나 대형 쇼핑몰 유치 등도 현 익산역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지리적·경제적 효율성을 갖춘 지역으로 역사를 이전해 복합환승센터 및 컨벤션센터, 호텔 등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일본의 사례를 들며 각 지역의 경제발전 속도와 규모는 대부분 KTX 역사를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국가 백년대계인 고속철도 건설의 목적에 맞는 역사 설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토로혔다.
그는 "자치단체의 대응 여하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기회가 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KTX 개통에 따른 역외 유출을 막고 개통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북도내 전역을 아우르는 '광역전략' 수립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혁신역사 신설과 관련 의미 있는 행사도 마련돼 있다. 오는 16일 오후 7시부터 전북대삼성문화회관에서 '혁신역사 설립을 위한 희망콘서트'가 열린다.
추진위원회가 주관하고 아주경제신문사, 전북일보사 등이 후원하는 이날 행사에서는 정·관·재계 인사,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이 두루 참여한 가운데 혁신역사 설립에 대한 필요성과 당위성 등이 포괄적으로 제기되고, 유명 가수들도 참여해 행사 의미를 되새길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