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중국과 제주도의 관계가 다소 서먹해진 상황에서 중국을 방문한 원희룡 제주도 지사가 "제주도청에 '중국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 중인 원희룡 제주도 지사는 지난 9일 밤 베이징(北京)에서 중국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나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지, 이것은 제주도 운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선 중국을 전담하는 '중국계'로 시작한 뒤 3∼4년 뒤에는 '중국과'로 확대 개편하고 좀 더 장기적으로는 '중국국'을 둬야 할 것이라고 거듭 이야기했다.
원 지사는 지난해 6월 제주지사에 당선된 뒤 "외래 자본의 투기성 행태는 모두 시험대에 올려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중국자본을 긴장시켰다. '부동산투자이민제'도 대폭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뤼디그룹((綠地集團)이 추진하는 제주 최고층 드림타워 건설사업, 역시 중국자본이 주도하는 신화역사공원 내 리조트 월드 프로젝트 등에 제동이 걸렸고 결국 기존 사업규모가 축소됐다.
원 지사는 허가가 난 사업에 제동을 건 부분은 '명분'(정책 신뢰성) 차원에서 좀 밀린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바람직한 개발을 위해서는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여론은 갑작스러운 제동조치에 다분히 비판적이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해 6월23일 특파원 발 기사에서 "새 제주지사가 중국투자(정책)에 반란을 일으켰다"며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특히 중국언론은 지난달 초 제주도를 중국인의 '새로운 도박 천국'에 비유하며 단속강화를 강하게 촉구하고 나서 중국이 일종의 '보복조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원 지사의 첫 방중 일정이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중국국제라디오(CRI) 등 주요 관영매체와의 만남으로 꽉 채워진 이유는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눈에 띄는 중국 주요 인사와의 만남은 상하이(上海)시 시장 정도가 유일했다.
원 지사는 지난 9일 진행된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자본에 제동을 건 배경과 관련, "2010년 이후 국내외 투자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국내외 투자 모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제 어느 정도 투자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기준과 원칙이 정리된 상황이기 때문에 제주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투자라면 환영한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한국 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제주도 개발 기준을 '난개발 방지', '환경보호', '건전한 투자유도' 등 세 가지로 요약하며 제주도와 중국자본과의 관계가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는 점을 부각했다. 그는 제주도 카지노 사업과 관련해서는 "제주도에는 제한된 지역에,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국제적인 수준의 카지노 2∼3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신규 카지노를 무분별하게 확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12일 귀국하는 원 지사는 방중기간 중 중국기업들과 접촉해 투자유치 활동도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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