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국 현지 언론은 텍사스주에서 셰일오일 개발업체 WBH에너지가 7일(현지시간) 미연방 파산법 11조의 적용을 신청해 파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여름 이후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미국 셰일기업이 파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국제유가가 급반등하지 않은 이상 또 다른 셰일기업의 파산 사례가 줄줄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장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WBH에너지는 지난 4일 텍사스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 신청하고 최대 5000만 달러(약 600억원) 규모의 부채를 끌어 안은 상태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왔다.
셰일오일 개발은 지하 셰일층에서 오일과 가스를 채굴한다. 채굴 후 1~2년으로 피크를 맞기 때문에 중동의 거대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에 비해 개발 비용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배럴당 50 달러 아래로 떨어졌을 경우 셰일기업은 이윤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또 미국 셰일기업은 중소기업이 많아 자금 동원력이 제한돼 고가의 셰일 개발을 대출금과 회사채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며, 이들 기업은 국제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우려가 제기돼 왔다.
최근 시장에서는 미국 지방 금융기관이 셰일기업에 대한 융자 회수를 서두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향후 국제유가가 반등하지 않을 경우 비슷한 형태의 파산이 줄줄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현재 미국 셰일기업은 자금 유출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투자를 억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중견 셰일기업 오아시스 페트로리움은 2015년 투자금액을 전년 대비 절반으로 축소할 방침을 지난 달 발표했다.
한편으로 국제유가 하락을 용인해 감산하지 않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의도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셰일오일의 증산으로 미국의 원유생산량은 3년 동안 하루 300만 배럴을 넘어서면서 OPEC이 감산해도 과잉공급 해소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온 사우디는 국제유가 하락을 용인해 왔다. 사우디는 셰일오일 등 고비용 유전의 생산량을 국제유가 급락을 이끌어 억제시킨 후 잃어버린 원유생산 조절력을 되찾으려 하고 있다.
사우디의 기본전략은 ‘석유시대’를 하루라도 더 연장시키고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석유수입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 것으로, 1973년 제1차 오일쇼크를 주도하고 OPEC 전성기를 구축한 세이크 자키 야마니 전 사우디 석유장관은 “석기시대는 돌이 없어졌기 때문에 끝난 것이 아니라 돌을 대체할 기술이 나타났기 때문에 끝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석유도 똑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사우디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고유가가 이를 대체할 셰일오일의 개발을 촉진시킨 원인을 제공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석유자원을 떠나는 소비자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사우디는 자국의 조절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결과, 감산 없이 셰일기업이 타격을 입을 가격으로 내려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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