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기업끼리 탄소배출권을 사고 파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이 개장일 1000만원을 밑도는 거래대금을 기록했으나, 기대감은 여전하다. 이른바 증시 수혜주가 일제히 시세를 내고 있다. 시장운영을 맡은 한국거래소는 단기 성과보다는 긴 호흡으로 시장을 키우기로 했다.
12일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시장은 첫 거래에서 총 974만원어치(1190톤)가 매매됐다. 정부가 탄소배출 할당량을 부여한 525개사 가운데 499곳이 거래소 회원으로 참여했다. 국책 금융사인 수출입은행 및 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도 포함됐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허용량을 먼저 부여한 다음 남으면 팔고, 부족하면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3차에 걸쳐 이 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한다. 1차 계획은 2017년까지다. 거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다. 하루 가격변동폭은 ±10%로 제한했다. 사전증거금 100%를 내야 주문이 성사되고, 거래수수료는 매매가 대비 0.1%다.
올해 배출권인 'KAU15'는 이날 장중 8640원까지 뛰었다가 786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유럽에너지거래소(EEX) 배출권값(8625원) 대비 비슷한 수준이다.
증시에서는 수혜주가 덩달아 오름세를 탔다.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는 휴켐스는 장 초반 주가가 전일대비 4~5%을 웃돌다 약 0.6% 오른 2만6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미 8일부터 3거래일 연속 오르며 4% 가까이 뛰었다. 흥국증권은 휴켐스에 대해 연간 판매할 수 있는 탄소배출권이 약 150~160만톤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다고 평가했다.
후성은 국내에서 처음 유엔 온실가스 감축사업(CDM)을 공인받았다. 온실가스 저감장치도 보유하고 있다. 후성은 7일부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장중 11~12%까지 오르며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가 약 2% 상승 마감했다. 에너지소재업체인 에코프로와 가스·분진처리설비를 만드는 KC코트렐도 하루 만에 각각 약 3%, 2% 뛰었다.
주요 증권사는 배출권 거래에 대해 초기 부진을 겪겠지만,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스몰캡팀장은 "1차 계획에서는 연내에만 감축량을 맞추면 되고, 배출 방법에 대해 유연성을 허용하도록 해 2016년, 2017년으로 이월이 가능하다"며 "이런 이유로 거래가 매우 제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할당량이 적어 팔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1차 계획에서 할당량은 총 16억9000만 배출권(KAU)으로, 기업 쪽에서 요구한 20억 KAU보다 적다.
최경수 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개장식에서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면 목표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보만리(牛步萬里)의 지혜로 시장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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