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20대 청년들이 빚더미에 시달리고 있다. 학자금, 월세 보증금, 생활비 등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이 청년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취업난 속에 일자리를 찾기도 쉽지 않은 데다 어렵사리 일자리를 구해도 직장 초년생의 연봉으로는 이미 커져버린 빚을 감당하지 못한 채 부담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갈수록 쌓여만 가는 빚 때문에 '3포 세대(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를 넘어 이제는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라는 자조섞인 말이 나온다. 20대의 부채가 미래 우리나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다.
14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30세 미만 청년층의 1인당 평균 부채는 1558만원으로 나타났다. 30세 미만 전체에서 빚이 없는 청년을 제외할 경우 실제로 빚이 있는 30세 미만층의 1인당 평균 부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지난 2010년 936만원과 비교해 4년새 무려 66.5%나 상승한 것이다. 30세 미만 청년층의 평균 부채는 2011년 1267만원, 2012년 1283만원, 2013년 1401만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기간 담보대출은 535만원에서 956만원으로 78.7%, 신용대출은 229만원에서 347만원으로 51.5% 각각 증가했다.
최근에는 생활비 용도로 대출을 받는 청년들이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30대 미만의 대출 가운데 생활비 용도는 29.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전·월세 보증금이 25.0%로 2위였다.
학자금 대출도 20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학 4년 내내 받은 학자금 대출에 대한 이자 및 원금 상환이 취업 이후에도 계속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8월 학자금 대출건수와 규모는 각각 77만1860건, 2조9044억원으로 집계됐다.
통상적으로 보면 대학 재학시 학자금 대출로 시작된 20대의 빚이 전·월세 보증금 마련을 위한 대출로 이어지고, 결국 생활비까지 빚을 내게되는 악순환으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백인혜(29)씨는 "매월 몇십만원씩 학자금 대출 이자가 빠져나가 부담이 크다"면서 "앞으로 만기까지 5년 넘게 남았는데 중도 상환할 여력도 없고 걱정이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더 큰 문제는 보험사,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 대부업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받는 20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아 과도한 빚에 시달릴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들이 이를 상환할 새도 없이 주거비 및 생활비 마련을 위해 카드빚을 지게 되고, 끝내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의 문까지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들어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20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과 맞아 떨어진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한 29세 이하 청년이 667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 6809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 2013년 6098명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가 늘어난 것이다.
이렇다 보니 20대의 부채가 미래의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20대 청년 시절의 경제적 불안감이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되기는 커녕 한국 경제의 암초로 자라나고 있다"면서 "청년 부채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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