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50대 이상 장년층이 일자리 증가세를 이끌면서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청년층 고용은 감소하고 중장년층 취업은 확대되는 '이상 현상'이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통계청이 14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는 2559만9000명으로 전년 대비 53만3000명 증가했다. 이는 2002년 59만7000명 이후 최대 수치다.
고용률(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 역시 60.2%로 0.7%포인트 오르면서 1997년 60.9%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기준이 되는 15∼64세 고용률도 마찬가지로 0.9%포인트 상승한 65.3%를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드러난 고용 상황은 나무랄 데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최근 몇 년간 논란이 됐던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취업자수 증가를 연령 계층별로 살펴보면 50대와 60대 이상에서 1년 전보다 각각 23만9000명, 20만명 증가했다. 반면 15∼29세 청년층은 7만7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30대는 오히려 2만1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가 50~60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의미다.
실업률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지난해 실업자는 93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명(16.1%) 늘었고 실업률은 3.5%로 0.4%포인트 올랐다. 특히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년 전보다 1.0%포인트 늘면서 9.0%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통계 기준 변경 이후 역대 최대치다. 25~29세 실업률도 8.3%를 기록하며 전년 7.1%보다 1.2%포인트나 증가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청년 실업률 상승에 대해 "취업 상황이 좋아져 청년의 구직활동이 활발해졌고 이에 따라 비경제활동인구가 고용시장으로 들어오면서 고용률과 실업률이 함께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통계청이 발표한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고용률에 대한 세대 간 격차가 급증한 것을 알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고용률은 40.5%로 전년에 비해 0.4%포인트, 55~79세 사이 53.9%로 전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둘 사이의 격차는 13.4%에 달한다.
지난 2005년 3.5%에 불과했던 세대 간 고용률 격차는 2012년 들어 11.2%로 10%대에 진입했고 2013년 12.9%를 기록하며 매년 간격을 넓히고 있다.
특히 2005년 45.3%였던 청년층의 고용률은 2011년에 40%대로 뚝 떨어져 멈춰선 반면 2005년 48.8%였던 고령층의 고용률은 2011년 50%대에 진입한 후 점차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컸던 것은 비경제활동인구가 취업자로 많이 이동했기 때문인데, 이는 50대 베이비붐세대 여성이 노동시장에 많이 진입한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업률이 높아진 이유로는 구직 활동에 나서는 청년이 늘어난 측면도 있다"면서 "구직 단념자가 많이 늘었는데 상당 부분이 청년인 것으로 보여 이런 부분을 감안할 때 청년 고용 상태는 악화되는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