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한 시골마을에 사는 노부부의 외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으로 길을 떠났다.
날이 저물어 산 속 어떤 집에서 잠을 자게 됐는데, 이 남자를 사위로 삼고 싶은 마음에 집주인은 자신의 딸을 방 안으로 들여보낸다.
하지만 과거길에 있는 이 남자는 계속 거절을 하고 결국 처녀는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었다.
점쟁이에게 물으니 자살한 터녀 귀신이 훼방을 놓는 것이라고 한다.
결국 이 남자는 시험관에게 자초지정을 이야기하고, 시험관은 세발을 쏜 뒤 과녁에 꽂혀있는 화살을 빼내 다시 쏘게 한다.
이 남자는 과거시험에 합격하고 훼방을 놓던 처녀귀신은 울면서 도망쳐 버렸다는 이야기인데, 이때부터 신기한 꾀를 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란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현재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니 픽쳐스 해킹 사건이 바로 이런 상황이다.
미연방수사국(FBI)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공식 발표하고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응징을 천명한 상황에서 잇달아 북한이 소행이 아니라는 주장과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으니, 누가 저지른 짓인지 알 수 없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미국 정부는 소니 픽처스 해킹 사건의 주범을 북한으로 규정짓고 각종 제재를 가하겠다고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반박하는 쪽이 일반인이 아니라 사이버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직들이니 일방적으로 무시할 수 도 없다 하겠다.
미국의 정보보안업계의 선도업체 중 하나였던 맥아피 어소시에이츠 사의 존 맥아피 창업자는 최근 '소니 픽처스 해킹을 누가 했는지 알고 있지만 북한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맥아피는 '음악이나 영화 산업계가 예술에 대해 가하는 제약에 불만을 가진 자유주의 성향 해커들의 소행'이라며 이같이 밝혔는데, 해커들이 누군지 알고는 있지만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달에는 소니사 픽처스에 대한 해킹 사건이 소니 영화사에 불만을 품은 내부자 6명의 소행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뉴욕 포스트는 지난 달 30일 '소니 픽처스에 대한 해킹은 북한의 사이버 테러가 아니라 전 직원들이 연루된 것이라고 사이버 보안업체로 잘 알려진 노스코프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만일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정치, 외교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미국 정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북한의 정찰총국 등 북한 기관 세 곳과 개인 10명을 제재 대상 명단에 올리는 등의 대북 추가 제재 조취를 취했는데 이러한 미국의 제재조치가 잘못된 수사결과 또는 조작된 것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면 북한은 물론 다른 나라로부터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가 해킹의 주체가 북한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내놓지 않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일반인들은 '도대체 무엇이 진실이냐'며 답답해 하고 있다.
마치 천안함 폭침 사건 때와 비슷하다. 한국 정부와 미국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못박았지만 계속해서 의혹은 불거져 나오고, 한국 정부의 발표는 조작된 것이라는 반박이 끊이지 않았던 것과 흡사하다.
그래서 이번 해킹 사건을 바라보는 미국 시민들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발표를 밎지 못하겠다는 이들도 꽤 된다.
누가 저지른 짓인지 명확히 알 수 없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고, 또한 누가 저질렀던간에 이렇게 깜쪽같이 미국을 농락하고 사라졌으니 그 또한 '귀신이 곡할 노릇'인 것이다.
이번 소니 해킹 사건은 단순이 한 기업체가 당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나라의 자존심을 건드린 사건이며 외교적인 문제도 걸려 있는 만큼 정확한 증거 및 근거에 바탕한 일반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