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등 원자재, 곡물 가력 폭락... 글로벌 경기 침체 전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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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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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가격 추이 ]


아주경제 한준호·이광효 기자 = 국제유가에 이어 구리 등 주요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세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셰일기업 간 ‘에너지 패권 다툼’의 영향을 받고 있는 반면, 대표적 산업용 비철금속인 구리 가격 하락은 뚜렷한 글로벌 경기 둔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구리 값이 유가보다 경기와 더 밀접하게 연계된다는 점을 들어 최근의 구리 가격 추이가 세계 경기침체의 전조일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특히 상반기에는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유는 공급 과잉 상황에서 감산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곡물도 남미 생산 전망이 밝아 세계 수급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16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3개월물 구리 가격은 톤(t)당 5655달러에 머물렀다. 14일에는 전일보다 5.3% 하락한 5548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였다.

구리 가격 급락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지만 특히 구리의 경우 건설과 제조 등 산업 전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는 원자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리 수요 증가는 경제가 호황임을, 감소는 불황임을 의미한다.

구리 가격이 급락한 것은 세계은행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게 봤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은 최근 ‘2015년 글로벌 경제 전망’(GEP) 보고서에서 “저유가와 미국 경제 회복, 세계적 저금리 기조 등에 힘입어 새해 글로벌 및 개도국 경제는 실망스러웠던 지난 해보다는 개선되겠지만 다양한 하방 위험도 상존한다”며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해 6월 발표한 전망치인 3.4%보다 0.4%포인트나 내려간 것이다.

특히 세계 경제에서 구리 등 원자재 블랙홀로 여겨지고 있는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 해 6월 7.5%에서 7.1%로 내려갔다.

이반 스즈파코프스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구리 가격이 다른 원자재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은 (전체 경기 흐름을 보고 투자하는) 매크로 투자자와 원자재 펀더멘탈보다는 (글로벌 경제) 큰 그림을 보는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투자 대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계 금속시장에서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계 헤지펀드가 구리 값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중국 펀드가 선물을 공격적으로 매도하면서 LME에서 상하이시장까지 연쇄적으로 구리 값이 급락했다”며 “이들이 14일 어느 정도 매도 주문을 냈는지는 아직 베일에 쌓여있지만 타이밍 하나는 기막혔다”고 전했다.

신문은 최근 금속시장에서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상하이 카오스인베스트먼트를 구리 가격 폭락의 배후로 지목했다. 선물시장의 한 트레이더는 “미국 트레이더가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면 중국 헤지펀드는 규모와 속도, 광기가 미국 투자자의 세배쯤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상하이 카오스인베스트먼트는 원자재 시장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의 하나다. 다른 펀드와 연합작전을 감행하면 영향력이 배가될 수 있다. 중국 헤지펀드는 초단타매매(high-frequency)로 시장에 단기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납 가격도 3개월물 기준으로 LME에서 14일 t당 1768달러, 15일 1778달러, 16일 1781.5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해 7월보다 20% 정도나 급락한 수치다. 니켈도 3개월물 기준으로 16일 1만4430달러로 지난 해 5월보다 30% 정도나 내려갔다.

곡물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15일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3월물 밀 가격은 t당 195.69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해 평균인 216달러보다 20달러 정도 급락한 수치다. 옥수수 3월물 가격도 149.60달러로 지난 해 평균인 164달러보다 14달러 넘게 낮아졌다. 곡물가격 급락은 세계경기 침체 때문이라기보다 해당 곡물 공급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곡물가격 하락은 전세계 식량가격 하락을 초래한다. 지난 12월 유엔식량기구(FAO)는 2014년 평균 식량가격지수가 전년대비 3.7%하락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FAO는 식략가격지수 하락의 원인이 곡물가격지수의 하락에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는 지난 해 6월보다 절반 넘게 급락했다. 1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48.69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는 49.92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지난 해 6월 WTI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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