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고용시장] 숫자를 위한 청년고용대책…'공염불'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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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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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임이슬 기자]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는 반면 지금도 수많은 청년층이 대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학원가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렇듯 심각한 '일자리 미스매치'가 나타나는 이유는 명확하다. 높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임금은 수 많은 청년을 '취업 준비생', '수험생'으로 머물게 한다.

일자리 양극화가 말 그대로 극을 향해 치닫고 있는 상황임에도 정부의 청년고용대책은 숫자를 올리기 위한 공염불에 그친다.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일자리 단계별 청년고용 대책'은 '대학에 가지 말고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 고용률을 올려라'로 귀결된다.

◆높은 대학진학율과 청년 취업률과의 괴리

2013년 우리나라 청년층의 고용률은 39.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0.9%에 크게 못 미쳤다. 많은 청년층이 고교 졸업 후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으로 진로 방향을 잡으면서 고학력 청년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로 대학진학률은 1990년 33.2%에서 2000년 68%, 2012년 71.3%로 올라갔고 이에 따른 공기업, 교원, 공무원 수험생의 비중도 2011년 40.1%에서 2013년 45.4%로 상승했다.

정부 관계자는 "청년층 고용 여건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어려운 이유는 높은 대학진학률에 따른 취업 눈높이 상승, 대기업·공기업 등 안정적 일자리를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을 나와야 좋은 일자리에서 안정적인 고용을 지속할 수 있다는 국민의식은 여전하다. 현실이 그렇기 때문이다.

청소년 학부모의 90% 이상은 자녀 대학 진학을 원하고 있으며 특성화고 졸업자의 절반 이상(52%) 역시 취업 후 대학 진학을 원하고 있다.

◆대학 안 가도 취업 안정성 보장?…청년고용대책 '공염불'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청년고용대책은 청년층의 취업시기를 앞당겨 고용률을 끌어올리고 한 직장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데 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좋은 직장에 취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과도한 고등교육 문화를 없애고 경제적 노동력 손실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와 노동 환경의 차이는 한시적인 대책으로 메울 수 없을 만큼 벌어져 있다.

이런 현실을 바꾸지 않고 스위스나 독일 등의 선진국 모델을 따라 하면 된다는 식의 정책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3년간 중소기업에 다니다 그만두고 대학에 진학했다는 김모씨(23)는 "대졸자와 고졸자의 현실 격차는 상상 이상"이라며 "대학에 다닐 시간에 실무경험을 쌓고 돈을 모으자고 생각했던 게 후회된다"고 한탄했다.

실례로 한국전력공사의 입사 후 차장 승진까지 걸린 기간은 대졸 직원이 평균 9년5개월, 고졸 직원은 평균 20년5개월로 격차가 11년에 달했다.

학계 관계자는 "청년실업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에서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보수와 괜찮은 노동환경, 안정적인 고용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실질적인 변화 위에 국민의식이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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