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원유나 루블화 같은 원자재ㆍ통화가치가 추락하자 반등을 노린 '역발상' 상품이 늘어나고 있다. 결국 위기가 기회였다는 학습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가 이제 시작일 뿐인지, 바닥에 다가섰는지 미지수인 만큼 신중한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ㆍ신한금융투자는 올해 들어 나란히 원유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랩어카운트 상품을 내놓았다.
두 상품은 모두 미국에 상장돼 있는 ETF 랩을 통해 서부텍사스유(WTI)에 투자한다. WTI 가격이 하락하면 분할 매수하고, 오름세로 돌아서면 매도에 나서 차익을 실현하는 구조다. 최소 투자액은 1000만원으로 고액 자산가를 타깃으로 한 상품이기도 하다.
2014년 6월만 해도 100달러를 넘었던 유가는 현재 50% 넘게 하락했다. 국내에 설정된 유일한 원유 ETF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타이거 원유선물(H)' 수익률도 최근 6개월 만에 50% 넘게 빠졌다. 반면 이 상품으로 들어온 돈은 같은 기간 150억원에 맞먹고 있다. 하락세를 회피하기보다는 반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더 많다는 얘기다.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한 파생결합증권(DLS)도 마찬가지다. 일부에서 원금손실 확정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바닥론이 제기되며 과감한 베팅이 나타나고 있다.
NH투자증권 및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한화투자증권, 동부증권, KDB대우증권, 동부증권, 대신증권을 비롯한 주요 증권사가 올해 들어 일제히 원유와 연계한 DLS를 내놓았다.
유가가 강세를 보였던 2014년 1월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담은 DLS는 총 23개가 발행됐다. 이에 비해 올해 들어서는 20일도 안 돼 16개가 나왔다. 시세가 좋았을 때 못지않은 발행 규모가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금과 은에 투자하는 상품도 올해 들어 돈이 몰리고 있다. 삼성자산운용 '코덱스 금 선물', '코덱스 은 선물'에는 각각 374억원, 180억원이 순유입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타이거 금은 선물'도 46억원이 더 들어왔다.
가격이 떨어져야 움직이는 '청개구리' 투자자가 확실히 많아지고 있다.
A증권 프라이빗뱅킹(PB)팀장 B씨는 "오랜 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를 중심으로 유가하락에 투자하는 상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고객은 늘 자산 일부를 고위험ㆍ고수익 상품에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유가하락이 공급과잉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열강 간 정치적인 갈등에 의해 촉발된 면도 커 바닥을 점치기는 아직 어렵다.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DLS 가운데 원금손실이 우려되는 상품도 많다.
C증권 PB팀장 D씨는 "원유에 투자하는 상품에 대한 반응이 아직 '핫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저가매수에 나서려는 움직임은 분명히 있다"며 "다만 과감한 베팅은 우리도 권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통화상품 가운데에는 낙폭이 컸던 러시아 루블화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 루블화에 간접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 없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만 루블화 ETF가 있다. 이런 이유로 개인이 직접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루블화를 원화에서 달러로, 다시 루블화로 바꾸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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