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단행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ECB는 22일(현지시간) 개최될 이사회에서 국채 매입을 발표하는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의 양적완화는 이미 시장에 반영되고 있지만 이는 유럽 경제사에 있어서 아주 큰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19일 보도했다.
FT는 그 이유에 대해 있을 수 없던 일이 현실이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설립 16년을 맞이한 ECB의 큰 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ECB가 양적완화를 단행한다는 것은 현재 상황이 아주 절망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다. 이번 양적완화는 예방 차원이 아닌 위기를 치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ECB가 기대하는 인플레이션률과 거리가 먼 상태가 지속됐다. 물가 변동의 주요 지표는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있으며 유로존 경제는 병들어가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FT의 취재에 따르면 양적완화는 지난 주말까지 일부에서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나 주요 항목에서는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채 매입 규모도 곧 발표되겠지만 5000억 유로에 달한다는 관측과 그것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번 양적완화에서 국채 매입 금액은 중요하지 않다는 낙관적이 시각이 있다. 일단 양적완화가 시작되면 목표로 세운 인플레이션률을 달성할 때까지 중단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시작 시점의 양적완화 규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다.
그러나 FT는 이러한 견해가 잘못된 것이라고 언급하면서 이는 정책의 다이내믹스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물가 상승을 이끌지 못했을 경우 이번 ECB의 양적완화는 실패로 봐야 한다. 그럴 경우 추가완화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중단이라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때문에 처음 시작할 때부터 양적완화는 큰 규모로 시행돼야 한다. 국채 매입 규모는 그래서 중요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점은 채무불이행(디폴트)가 발생한 국가가 나타났을 경우의 대책이다. 그 손실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가 복잡한 문제가 될 수 있다.
FT는 유로존 각국 정부가 발행한 국채 매입에 따른 리스크를 분담하지 않겠다는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것은 독일 등 양적완화에 반대하는 국가에 대한 큰 양보가 될 수 있다. 독일 정부는 이 양보 대신에 ECB의 양적완화를 인정하거나 강력한 반발을 자제할 수 있을 것이다.
FT는 이런 양보가 없을 경우 독일은 틀림없이 ECB를 소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일 정부가 우려하는 것은 다른 가맹국이 디폴트에 빠졌을 때 그 부담을 져야 한다는 점이 아니라 각국의 밸런스시트 내에서 그 리스크를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유로존의 이탈리아가 디폴트에 빠졌을 경우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매입한 국채의 손실을 부담하게 되면서 자기자본 비율이 마이너스가 된다. 그러나 이탈리아 중앙은행은 ECB에 출자했기 때문에 ECB의 장래 이익의 일부가 이탈리아 중앙은행의 자본이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또는 ECB가 준비 자산으로 보유한 자금의 일부를 사용해 증자를 실행할 수도 있다. FT는 무엇이 발생할지는 디폴트의 규모와 ECB에 대한 출자 금액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디폴트에 빠지면서 유로존 탈퇴를 동시에 결정할 국가가 나타날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
FT는 이번 양적완화의 상세한 내용이 나올 때 까지 평가를 내리지 않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양적완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결정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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