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매일 '땅콩회항'에 시달리는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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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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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보면서 비행기 승무원들과 은행 창구직원들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일주일 전쯤 서울 광화문에 있는 한 은행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남성이 거의 한 시간 가깝게 창구에서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물어보니 고객이 관련 서류를 가져오지 않아 일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남성은 계속 우기며 떼를 썼다. 부당한 요구가 계속됐지만 그 직원은 연신 죄송하다고 사정할 뿐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유독 이날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게다. 크건 작건 은행원들은 매일매일 또다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은행 창구직원들은 대다수 비행기 승무원들과 같이 벙어리 냉가슴일 뿐이다. 분명 고객 측에서 잘못하고 있는 것이 맞지만 고객 평가가 자신의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상황에서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사과하며 달래는 방법 말고는 없다.

이런 악성 민원을 해결해줘야 할 선임 관리자들도 그저 손 놓고 불구경이다. 시끄러워져 봐야 도움 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객에게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고 직원을 꾸짖는 경우도 다반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 감정노동자들 가운데 절반은 우울증이 의심되고 있다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특히 전체 20%가 실제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은행 직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마트, 식당, 영화관 등 대부분 서비스 업종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일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서비스 업종에 대해 막해도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이다.

일반인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해 완전히 자유로운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인식을 못하고 있지만 본인 역시 누군가에게는 조현아 전 부사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유별난 것인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사건이 단순히 비판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나부터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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