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파랑새를 찾아서…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학장 강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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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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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한 여인이 시집을 가서 남편과 행복하게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그만 문둥병에 걸려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헤어져 살아야 했다.

여인은 남편을 위해 약이란 약은 다 써도 효험이 없자, 남편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정성스레 빌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중이 찾아와서는 정성이 지극하니 남편을 살릴 방도를 가르쳐 주겠다고 하고는, "오봉산에 불을 놓고 남편을 찾아가면 병이 나을 것이오.

그런데 반드시 100일 안에 그렇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여인은 밤낮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며 오봉산을 찾았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중이 말한 100일이 다가오고 말았다.

여인은 낙심하여 남편 곁으로 가서 죽으려고 남편을 찾아가다가 도중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 때 서산으로 막 넘어가는 해를 보고 제발 남편에게 찾아갈 때까지만 넘어가지 말라고 손을 휘젓던 여인은 문득 자기 손이 오봉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여인은 황급히 다섯 손가락에 불을 붙이고 남편을 찾아갔고, 결국 남편의 병이 다 나아서 두 사람은 마을로 내려와 행복하게 살았다.

전라도 지방에 전해 내려오는 민담이다.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학장 강희상 [사진제공=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이 이야기에는 삶의 진실한 가치는 먼 데 있지 않고 가까운 곳에 있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여인이 힘들게 찾아다녔던 오봉산이 자신의 손이었다는 사실은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이나 진리가 아주 가까운 곳, 또는 자기 자신 속에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이야기는 Maurice Maeterlinck의 동화극 ‘파랑새’에서도 나타난다.

파랑새는 '행복'을 의미한다. 두 주인공 틸틸과 미틸이 파랑새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 헤매지만 결국 집안의 새장에서 파랑새를 찾게 되는 모습을 통해 행복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있다는 메시지를 남긴다.

우리는 가끔 나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삶의 굴레가 너무 무겁다고 한탄하기도 한다. 20대는 취업, 30대는 결혼과 주거, 40대는 자녀교육과 승진, 50대는 노후대책으로 불안해한다.

이런 불안 심리는 사회전체에 대한 불만과 불신으로 이어져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불특정 다수나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60년대 이후 압축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 모든 현상들이 균형 있게 발전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특히 교육문제가 그렇다.

OECD국가 중 최고의 교육률을 자랑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졸업장에 목을 맨 대졸자가 대부분이다. 취업과는 무관한 학과를 전공하였으니 취업재수생 삼수생이 수두룩하다.

교육과 산업계의 미스매치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시족으로 또는 대기업 취업준비로 고시원에 틀어박혀 고통의 세월을 보내는 젊은이들이 100만 명이란다. 이들은 실업률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반면에 중소기업은 기술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독일이나 스위스 등 전통적인 선진 산업국가와 달리 우리나라의 산업화는 역사가 짧다보니 알려지지 않은 신생 중소기업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높은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에 우뚝 선 강소기업들이 생각보다 많다.

김병일(30)씨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까지 다녀온 재원이다. 그러나 국내의 높은 취업 벽에 부딪혀 헤매다가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에서 특수용접기술을 배워 해양플랜트 회사에 취업했다.

이 회사는 생산품의 80%를 해외에 수출하기 때문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그에게는 기회의 터전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학습병행제 학습근로자로 채용되어 남인천 듀얼공동훈련센터와 회사를 오가며 고난도의 용접기술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산다.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디스플레이 인쇄과를 졸업한 정동식(45세)씨는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직장을 잃고 힘든 생활을 하다가 3개월 과정(베이비부머 등) 인쇄기술을 배웠다. 지도교수의 인솔로 국내회사의 미얀마 현지 인쇄공장의 중간책임자 채용예정으로 면접을 다녀왔다. 작년에 우리나라 베이비부머 과정 직업교육 수료생 최초로 연봉 10만 달러에 해외취업에 성공한 전명기(56세)와 같은 회사다.

이처럼 자기 내면에 잠자고 있던 장인 본능을 발견하고 기술을 배워 새로운 인생을 화려하게 펼치는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희망으로 가득하다. 기술의 세계로 눈을 돌려보면 다양한 직업 세계가 펼쳐져 있다.

기술자에게는 정년이 없다. 많은 대기업에서는 임원으로 승진하든 안하든 40대 후반이면 불안한 상태가 되지만, 기술인은 정년이 지나도 가치를 인정받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파랑새를 찾아 헤매지 말자. 행복의 파랑새는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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