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삼성전자는 주력 사업인 스마트폰 부문에서 중국 업체의 급격한 추격으로 실적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3년 전부터 ‘포스트 스마트폰’이라는 차세대 전략으로 모든 가전제품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스마트 가전’을 설정해 구글의 전략을 모방하기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1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러한 삼성의 ‘스마트 가전’으로의 이행은 구글과의 밀월 관계에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 (Consumer Electronics Show) 2015’에서 가전부문을 총괄하는 윤부근 사장은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육성을 위해 올해 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공약했다.
삼성은 스마트 가전을 연결하는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벤처기업 스마트싱스(SmartThings)를 인수해 재빨리 움직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우리는 구글과의 스마트폰 사업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 말은 구글이 스마트폰에서 성공한 모델을 모방하고 스마트 가전에서 그것을 재현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은 계속해서 출시되는 벤처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삼성 시스템과 연결시켜 삼성 가전제품의 부가가치를 간접적으로 높이려고 하고 있다. 윤부근 사장이 언급한 1억 달러의 투자도 벤처기업에게 삼성의 가전제품과 기능을 연동시키도록 자금 면에서 지원하는데 사용된다.
김동수 삼성 벤처 투자 부사장은 “우리가 투자하려는 것은 플랫폼이 되는 벤처기업이며 광고, 금융 등 모든 분야”라고 투자 대상을 정의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플랫폼이란 업계 표준이 될 수 있는 규격 서비스인 구글의 콘텐츠시장 ‘구글 플레이’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분석해 삼성은 포스트 스마트폰 비즈니스에서 구글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작년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위한 대규모 행사를 벤처기업이 집중하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하고 있다. 스마트 제품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삼성 제품과 서비스를 연동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하는 벤처기업을 모집하고 있다. 이 신문은 이것은 바로 2000년대 후반에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구글이 취해 온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업에서 삼성의 마케팅 능력에 의존하면서도 소프트웨어가 약한 삼성을 단순한 ‘제조위탁업체’ 정도로 취급해왔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보급시키기 위해 삼성 등 전자업체에 대해 구글의 소프트웨어를 채택하도록 강요해왔다.
이를 위해 구글은 한 때 인수한 모토로라를 내세워 단말기 개발을 통해 삼성에 압력을 가해 삼성의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강화 움직임을 봉쇄해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구글은 스마트폰 사업의 연장선 상에서 스마트 가전 분야에서도 이러한 구도를 이어가기 위해 삼성 간부에게 안드로이드 탑제를 요구했으나 삼성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이 구글과의 밀월관계를 서둘러 끝내려하는 배경에는 중국 업체의 추격에 있다. 가격 경쟁으로 단말기 단가 하락을 초래해 신흥국에서 제품이 팔려도 수익이 늘지 않는 구도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은 구글과 함께 해 온 수년 동안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서 구글에 의존하면서 겪은 힘들었던 경험들을 살려 다음 IoT 시대에는 구글을 대신하기 위해 준비를 진행시켜왔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삼성 관계자들이 “IoT개발에서는 기본소프트(OS)를 안드로이드가 아닌 타이젠을 사용하게 할 것”이라고 구글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은 차세대 TV, 웨어러블 부문에서 삼성이 개발한 OS ‘타이젠’을 전면적으로 채택하고 전 세계 60%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손목시계형 웨어러블도 OS는 원칙적으로 타이젠을 고수하고 있다.
삼성은 구글과 광고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 페이스북과도 협력해 IoT 주력 제품인 휴대용 게임 단말 시장에도 진출했다. 또 페이스북이 인수한 가상현실 단말 제조업체 오큘러스(Oculus)와 공동으로 고글형 단말기를 개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구글과 중국 업체에도 없는 ‘삼성의 가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커티스 사사키 미국 삼성전자 미디어솔루션센터(MSC) 수석부사장이 “제품을 관철시키는 철학과 같은 것이 앞으로 필요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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