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연말정산을 둘러싼 제2 라운드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13월의 악몽으로 둔갑한 연말정산 파장이 정국을 강타하면서 새누리당과 정부가 21일 연말정산 보완책 소급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4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했지만, 야권이 봉급생활자 등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한 긴급 논의기구 구성을 촉구, 가시밭길을 예고했다.
지난해 하반기 정국의 최대 화약고였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둘러싸고 벌어진 ‘당사자 배제 정치’ 논란이 연말정산에서도 재연된 만큼 합의 도출 자체가 난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세법 개정안 논의는 단순히 연말정산 논란의 진원지였던 ‘소득공제의 세액공제 변경’ 등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 법인세 등으로 확전될 수밖에 없어 향후 ‘서민증세’, ‘재벌감세’ 프레임이 정국을 뒤엎을 전망이다.
세법 개정안 논의가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및 국민대타협기구 구성에서 보여준 퇴행 정치의 판박이로 전락할 경우 한국 정치의 ‘반(反) 정치’ 정서에 불을 지를 것으로 보인다.
◆ 與 “4월 여야 합의” vs 野 “2월 처리 및 국민참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윤호중·김현미·홍종학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새누리당은 소위 당·정 협의라는 밀실 논의를 중단하고, 여·야·정 및 봉급생활자 등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논의 기구에서 법인세 감세 철회, 직장인 세금부담 경감과 관련된 총체적 논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2013년과 2014년 세법 개정안을 논의하면서 세법 개정안이 예산에 부수돼 있는 점을 악용해 ‘국정 마비’, ‘경제 발목잡기’ 등을 내세워 야당의 합리적인 노의 요구조차 묵살했다”며 “이제 국민들의 세금부담은 국민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은 당정이 세법 개정안의 가이드라인을 4월 국회로 정한 것과는 달리, 2월 임시국회에서 △중산·서민층, 직장인들의 세액공제율 인상 △교육비 및 의료비 소득공제 전환 △2014년 근로소득 소급적용 등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세금폭탄 논란에 휘말린 연말정산의 책임론이 여야 가릴 것 없이 기성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하자 잔뜩 몸 낮춘 야당이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정국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대표 이택수)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긴급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한 결과, 45.4%가 ‘여야 모두에게 연말정산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정부여당의 책임’은 30.1%,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의견은 12.1%로 각각 조사됐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2.4%였다.
◆ 국민 10명 중 5명가량, 연말정산 與野 모두 책임
눈여겨볼 대목은 직업별과 세대별 조사 결과다. 여야 공동의 책임이라고 답한 직업군은 노동직에서 50.7%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사무직(48.5%) △자영업(39.1%) 등의 순이었다. 반면 학생의 경우 ‘정부·여당 책임’(39.1%)과 ‘여야 책임’(36.9%) 의견이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했다. ‘불가피한 조치’는 3.0%에 그쳤다.
세대별 조사 결과를 보면, 30대(정부·여당 책임 46.4%, 여야 책임 28.1%, 불가피한 조치 13.3%)는 정부여당의 책임으로 본 반면, 40대 이상부터는 여야 공동의 책임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4060세대에선 ‘여야 책임’ 의견이 각각 51.5%, 53.9%, 51.7%로 과반에 달했다.
당·정의 세법 개정안 추진은 물론 연말정산 긴급논의기구 제안한 야당의 전략 모두 선거 및 정국주도권 향배의 변수인 화이트칼라 및 4050세대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자원외교 국조특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투자활성화 대책 등의 난제에다가 연말정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당분간 가시밭길 정국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부의 연말정산에 반대하는 계층은 주로 화이트칼라와 4050세대”라며 “이들이 여야 중 어느 쪽을 비토할 경우 정국 주도권 확보가 쉽지 않다. 연말정산 논란의 본질의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 위기다. 결국 정부여당과 야당 가운데 어느 쪽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따라 향후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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