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지난해 정부가 처음으로 선정한 우수 중소‧중견 해외건설사 5곳 중 3곳의 영업이익이 급감하거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중견 건설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는 정부 정책이 이들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감독원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2014년 우수 해외건설사’ 5곳 중 같은 해 1~3분기(1~9월) 경영실적을 공시한 도화엔지니어링, 동아지질, 유신 등 3곳의 영업손실은 9억2600만원이었다.
국토부는 지난해 6월 이들 회사와 경동엔지니어링, 토웅건설을 우수 해외건설사로 선정한 바 있다. 국토부는 당시 선정 업체에 대해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정보, 금융, 외교력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매출 의존도가 40%에 육박하는 동아지질은 이 기간이 영업이익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동아지질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이익은 17억1184만원으로 전년 동기 53억4796만원에 비해 36억3612만원(68%) 감소했다.
동아지질은 해당 기간 총 매출액 2317억원 중 872억원(37.62%)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도화엔지니어링과 유신은 영업적자로 전환하거나 적자폭이 2배가량 커져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도화엔지니어링의 지난해 1~3분기 영업손실은 13억9182만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7억6424만원 보다 6억2758만원(82%) 늘었다.
동일한 기간 유신의 영업이익은 3억9313만원 흑자에서 12억4602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유신의 지난해 총 매출액 1027억원 중 해외도급용역 매출은 10분의 1 규모인 122억원이다.
해외사업을 진행 중인 중소‧중견 건설사의 경영난이 이 같이 심각한 상황에서도 정부는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국토부는 올해 중소‧중견 건설사의 해외건설 시장개척자금 지원사업에 50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다음 달 10일까지 대상 사업을 모집한다. 타당성 조사비, 현지 교섭비, 발주처 초청 비용 중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국내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중견 건설사에 새로운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산업 전문가들은 기본 체력이 약하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 건설사에게 해외 진출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등 떠밀기식 해외 진출을 강요할 경우 지난 1980년대 중반 건설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은 며 “해외사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리스크관리의 문제다. 해외에 진출했다 사고가 나면 중소‧중견 건설사는 물론 보증을 선 은행까지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대형 건설사는 해외시장에서 조 단위 적자를 내도 그룹 차원의 구상권 행사가 가능하지만, 중소‧중견 건설사는 한방에 날라 갈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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