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 지킬 나' 원작자 "'킬미 힐미' 좋아하지만…문제 대응법 검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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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1-2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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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SBS, MBC]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하이드 지킬 나' 원작자 이충호 작가가 '킬미 힐미' 비난 글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충호 작가는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와 '킬미 힐미' 논란에 대한 나의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이충호 작가는 "지성이라는 배우를 아끼고 평소 연기를 좋아했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지성을 비난하는 글이 아니었는데 오해를 일으킬 부분이 있었던 점에 대해 지성과 팬들께 사과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사업대행사와 연재처인 다음 '만화 속 세상', 만화단체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라며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한지민을 비롯한 출연진과 제작사, SBS에도 원작자로서 유감의 뜻을 전하고 부디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주길 부탁한다"라고 말했다.

이후 소재의 유사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놨다. 이 작가는 "내 작품 탄생의 기반이 된 핵심 내용이자 아이디어는 '다중인격자의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로맨스'"라며 "최근에는 우리 법학계에서도 아이디어 도용도 법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 정도는 표절은 아니야'라면서 기존 웹툰의 테마, 설정, 구조, 핵심아이디어 등을 가져다가 쓰거나 웹툰을 무시 혹은 살짝 우회하는 경우를 지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열심히 작업하는 작가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실 막상 이러한 경우를 겪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드 지킬 나'와 '킬미 힐미'는 다중인격을 소재로 동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다. '하이드 지킬 나'는 현빈이 구서진과 로빈 두 가지 인격을 연기하며, '킬미 힐미'는 지성이 차도현·신세기 등 7개 인격을 표현하고 있다.

이하 '지킬박사는 하이드씨' 이충호 작가의 공식입장 전문

개인적으로는 지성이라는 배우를 아끼고 신뢰함은 물론 안정감을 주는 그의 연기를 평소에 좋아해 왔다. 트위터에 올린 글은 결코 배우 지성을 비난하는 글이 아니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있었던 점에 대해 지성과 팬 분들께 사과드린다. 크게 관심받지 않는 개인 공간이라 생각했으나 이것이 빠르게 기사화 되면서 의도치 않게 왜곡된 부분이 있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더불어서 '하이드 지킬, 나'의 현빈, 한지민을 비롯한 출연진과 제작사, SBS 측에도 이러한 의도치 않은 일로 상황이 시끄러워진 점에 대해 원작자로서 유감의 뜻을 전하고, 부디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주시길 또한 부탁드린다.

다중인격자를 다룬 이야기는 많을 수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는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다양하게 변주되어왔다. 지금은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의 캐릭터로 유명한 '헐크' 역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변주한 작품 중 하나로 유명하다. 내가 만든 '지킬박사는 하이드씨' 역시 장르를 떠나서 이러한 변주의 일종이다.

내 작품 탄생의 기반이 된 핵심 내용이자 아이디어(변주)는 '다중인격자의 두 인격과 사랑에 빠진 한 여자의 로맨스'.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사업대행회사이자 투자사인 '클릭 앤 리버 스토리'는 2010년 나를 찾아와서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아이디어에 거금을 투자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는 "핵심아이디어가 '훅'이 있다"는 말도 들었고, 결과적으로 드라마 제작사는 거액의 판권료를 지불하고 판권을 확보했으며, '하이드 지킬, 나'라는 드라마가 나왔다.

최근에 다음 만화 속 세상에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의 스페셜 웹툰인 '하이드'를 연재하고 있다. 역시 다중인격자의 이야기다. 이를 둘러싼 흥미로운 이야기 두 종류가 있다. 첫째는, 나의 웹툰 '하이드'가 '킬미 힐미'의 표절이란 이야기다. 둘째는,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가 '킬미 힐미'냐는 이야기다.

2011년에 만들어진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2015년에 만들어진 드라마 '킬미 힐미'를 표절했다는 이야기에 화가 나기보다는, 많은 사람들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킬미 힐미'와 '지킬박사는 하이드씨'가 유사하다고 느낀다는 점을 알리고 싶다.
최근에는 우리 법학계에서도 아이디어 도용도 법으로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추세라고 한다. '이 정도는 표절은 아니야'라면서 기존 웹툰의 테마, 설정, 구조, 핵심 아이디어 등을 가져다가 쓰거나 웹툰을 무시 혹은 살짝 우회하는 경우를 지목하는 것이다. 이런 사례가 늘어나면 열심히 작업하는 작가들의 사기는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고 사실 막상 이러한 경우를 겪더라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 현실이다.

원작인 '지킬박사는 하이드씨'와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결과적으로 제작 과정에서 상당부분 다른 이야기가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드 지킬, 나' 측은 나의 작품과 아이디어를 사용하기 위해 합당한 대가를 지불했다. 할리우드에서도 작품을 만들면서 조금이라도 기존 다른 작품 침해의 여지가 있다면 아이디어와 설정 등의 사용에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권리를 확보한 다음 제작을 하는 것이 관례라고 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아이디어 사용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때, 다른 사람은 이를 적당히 바꾸어 무임승차를 한다면, 앞으로 누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드라마와 영화를 만들겠는가?

나는 한 사람의 만화가임과 동시에 사단법인 한국 만화가협회 회장이기도 하다. 우리 협회에서는 지난해에 '별에서 온 그대' 측과 만화가 강경옥 씨의 갈등을 곁에서 계속 주시하며 만화계가 함께 대응하기 위해 논의를 해나갔고, 수많은 웹툰 작품들의 아이디어, 내용 등을 드라마, 영화 등에서 임의로 갖다 쓰는 사례에 대해 경고하는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교롭게도 회장인 내게 이런 일이 생겼다.

지금부터 사업대행사인 클릭 앤 리버 스토리, 연재처인 '다음 만화 속 세상' 그리고 만화단체와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검토할 것이고, 많은 만화가들이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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