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리학자인 제프리 카이는 25일(현지시간) 진보 성향의 온라인 블로그인 '디센터'에 영국의 유명 생화학자였던 조지프 니덤이 1952년 주도적으로 작성한 ‘한국과 중국에서의 세균전에 대한 국제과학위원회의 사실조사 보고서’ 원문을 공개했다.
제프리 카이는 “이른바 '니덤 보고서'로 불리는 이 보고서는 당시 미국과 전쟁 중이었던 중국이 작성한 것”이라며 “보고서 원문이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지난 1945년 일제로부터 항복을 받아낸 미 군정이 당시 생체실험을 자행해 악명이 높았던 이시이 시로(石井四郞) 731부대장과 공범들을 사면했고 이시이는 1952년초 한국과 중국 동북부에서 세균전이 사용됐다는 혐의를 받기에 앞서 두 차례 방한했을 뿐만 아니라 같은 해 3월에도 한국에 있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의 사고(전염병)' 부분에서 “위원회로서는 모든 관련 사실을 종합해 볼 때 미 공군이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전염병을 확산시키는 데 이용한 것과 유사한 세균전 기술을 한국에서 사용했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카이는 “보고서에는 ‘세균전을 어떻게 구사할 것인지에 대한 미군 조종사 전쟁포로들의 브리핑을 받았다’는 진술들이 포함돼 있다”며 “그러나 (이에 대해)미국 중앙정보국(CIA)은 ‘적군의 고문과 세뇌로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보고서는 미 군정이 세균전을 연구하고 실행하기 위한 자체 계획을 갖고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미 군정은 당시 이시이와 공범들을 사면해주는 대가로 일본이 수년 동안 생체실험을 통해 획득한 세균전 자료에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1952년 당시 미 군정과 일본 전범들의 '협력'은 일급비밀에 속했지만 지금은 미국의 역사학자들조차 ‘당시 미 군정과 731부대 간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전에서 미군이 실제로 세균무기를 사용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정부는 이를 공식 부인하고 있고 당시 ‘세균전이 있었다’고 진술한 미군 전쟁포로들은 귀국 후 이를 모두 철회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는 영국인 학자가 주도적으로 작성했지만 당시 전쟁 기간에, 그것도 전쟁의 당사자였던 중국이 발행하고 관영언론인 신화사가 국외에 배포해 논란의 여지도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