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힐러’가 지창욱(서정후 역), 박민영(채영신 역)의 가혹한 운명을 한편의 영화를 보는 듯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담아냈다. 27일 방송된 16회에는 출생의 비밀, 과거의 아픔과 마주하게 된 채영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얽히고 설킨 인연의 실타래를 유일하게 알지 못했던 채영신은 드디어 친모가 살아 있다는 것과 정후의 아버지가 자신의 친부를 살해한 용의자라는 것 등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 남은 채영신까지 과거 비밀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열면서 채영신과 서정후의 사랑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이제야 겨우 서로를 마주하고 바라보기 시작한 두 사람에게 닥친 크나큰 시련이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
특히 사사건건 검은 손을 뻗어 채영신과 서정후를 옥죄어 오는 김문식(박상원)으로 인해 그 가혹함은 더욱 커졌다. 김문식은 채영신을 찾아가 “정후 그 자식이 밤심부름꾼이라는 이름으로 온갖 더러운 일을 많이 했다. 사람도 죽였다. 서정후의 부친 서준석(지일주)이 오길한(오종혁)을 죽인 살인자”라며 부러 오해의 씨앗을 심었다. 두 사람의 운명을 더욱 가혹하게 만드는 존재 김문식은 극의 긴장감을 높이며 시청자들의 혈압을 상승케 했다.
‘힐러’는 이토록 많은 이야기와 사건, 주인공들의 가혹한 운명 등을 숨막힐 듯 빠른 전개와 촘촘한 구성으로 풀어내며 안방극장에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 ‘힐러’의 전개는 사건의 중심에 다가설수록 매회 레전드를 경신하는 높은 흡인력과 극의 완성도로 누리꾼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무엇보다 방송 말미, 서정후는 1992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증거가 될 진술 테이프의 존재와 진술 내용을 모두 알고 있는 인물인 박동철의 죽음을 막아보려 애썼다. 하지만 김문식이 파놓은 함정으로 인해 정후의 피 묻은 모습을 목격하게 된 영신이 혹여 이를 보고 오해한 것은 아닐지 시청자들의 불안감을 높이며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한편, ‘힐러’는 정치나 사회 정의 같은 건 그저 재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며 살던 청춘들이 부모세대가 남겨놓은 세상과 맞짱 뜨는 통쾌하고 발칙한 액션 로맨스 드라마로 매주 월·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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