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씨는 몇주 전 반차를 내고 OK저축은행 안산지점까지 찾아가 특판상품인 '스파이크OK 정기적금'에 가입했다. OK저축은행 배구단의 연고지가 안산이라 이곳에서 가입하면 우대금리 0.2%포인트가 더 붙기 때문이다. 김 씨는 "기본금리 3.8%에 배구단 경기 티켓에 따른 우대금리 0.6%포인트까지 합쳐 연 4.6%로 가입했다"며 "플레이오프 진출시 0.5%, 우승시 0.5%가 더 붙는다고 하니 최소 5.1%는 챙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1%대까지 떨어지면서 높은 금리를 좇아 은행과 지점을 옮겨가는 '금리 노마드족'이 늘고 있다. 단 0.1%포인트의 우대금리라도 챙기기 위해 지하철로 한시간 거리의 은행 지점을 찾는 등 발품 팔기를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가운데 높은 이자율을 찾아 끊임없이 금융상품을 갈아타는 등 새로운 금융 소비 풍속도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조금이라도 우대금리를 더 얻기 위해 틈이 날 때마다 이자율이 높은 신상품을 검색하고 특정 지점을 찾아다니는 등 손품·발품을 모두 팔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북은행의 'JB다이렉트' 상품이다. JB다이렉트는 산업은행의 다이렉트 상품을 벤치마킹해 뒤늦게 출시됐지만 조건없는 금리 혜택과 수수료 혜택으로 금리 노마드족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특히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은행직원이 직접 찾아와 계좌를 개설해주기 때문에 우대금리와 편의성 둘 다 잡을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 상품은 출시 두 달 만에 수신액 400억원을 돌파했고, 일평균 약 10억원씩 늘어났다. 27일 현재 3만523건에 9045억원이 모였다. 전북은행은 JB다이렉트 인기를 발판으로 수도권 고객 확보에 주력할 방침이다.
우대 금리를 위해서는 '손품'도 필수다. 인터넷 카페를 돌아다니며 서로서로 추천 품앗이를 통해 우대금리를 얻고 있는 것이다.
KB국민은행이 판매하고 있는 스마트폰 전용상품인 'KB 스마트★폰 적·예금'이 그 예다. 이 상품도 친구를 추천하면 추천인과 피추천인 모두에게 연 0.1%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실제로 재테크 인터넷 카페나 친목도모카페 등에서는 'KB스마트폰 예금 릴레이 이어가자'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카페 회원들끼리 서로 추천하면서 우대금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면식이 없더라도 같은 목적을 위해 '의리'를 맺고 있는 셈이다.
선행을 하면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는 착한상품도 눈길을 끌고 있다.
NH농협은행의 '하트 적금·정기예금'은 사회봉사활동자와 기부자, 장기기증 서약자, 다자녀가구 등 사회 공익에 기여하는 가입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자격을 인증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우대이율 항목에 해당하는 갯수에 따라 0.7%포인트까지 얹어준다.
우리은행이 지난 6월 말 선보인 '우리함께 행복나눔'은 입출금통장과 적금, 신용카드로 구성된 상품으로 소비자가 신용카드 포인트와 예금이자 일부를 자동이체로 기부할 경우 연말 기부금 세액공제까지 받을 수 있다. 입출금 통장의 경우 100만원 이하 잔액에 대한 연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은행이 분기별로 나눠 고객 이름으로 기부한다. 또 기부 이체실적이 있으면 은행 거래 수수료가 면제된다.
최근에는 우대금리를 받기 위해 배구경기 티켓을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구하는 풍속도 생겼다.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배구단 경기 관람 티켓을 가지고 '스파이크 OK 정기적금'에 가입하면 0.6%포인트의 우대금리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부터 해당 배구경기 티켓이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현재 중고티켓은 실제 관람요금인 8000원(주말 일반석 기준)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일부는 2000원의 웃돈까지 얹어 팔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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