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지난달 중국 부동산기업의 역외대출이 급감했다. 지속되는 위안화 약세에 따른 자본유출과 디폴트 확산에 대한 우려감이 영향을 미쳤다.
중국 부동산정보 제공기관 중위안(中原)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해외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중국 부동산 기업은 단 7개로, 이들 기업의 역외대출 규모는 158억 위안(약 2조7400억원)에 불과하다고 증권시보(證券時報)가 28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월 기준 21개 부동산 기업이 600억 위안 규모의 역외대출을 추진한 것과 비교해 73%나 감소한 수치다.
장다웨이(張大偉) 중위안 부동산 수석 애널리스트는 "달러대비 위안화 약세가 자본집중형 산업인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자본유출 우려가 확대되고 대출단가도 높아지면서 기업의 융자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초 부동산 기업들이 역외금융을 통해 안정적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올해 들어 위안화 약세와 함께 카이사그룹홀딩스(佳兆業·자자오예) 사태에 따른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까지 확산되면서 부동산 기업의 역외대출이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자금조달 및 채무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데다, 기업의 부채의존도를 나타내는 레버리지 비율이 높아지고 있어 부동산 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일 중국 부동산개발업체 카이사그룹은 HSBC홀딩스에서 빌린 대출금 4억 홍콩달러(약 570억)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상환기일인 지난달 31일까지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HSBC는 궈잉청(郭英成) 카이사 회장이 사임하면 대출금 전액을 상환하기로 한 당초 조건에 따라 지난달 31일 사임을 발표한 이후 대출 조건에 따라 전액 상환을 요구했으나, 결국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
새해부터 터져 나온 디폴트 사태는 부동산 기업의 디폴트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카이사를 포함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해외에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중국내 부동산 사업을 확장해왔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 냉각과 주택가격 하락으로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 경제성장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중국의 외채는 빠르게 급증했다.
국제결제은행(BIS)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중국의 해외은행에 대한 외채규모는 1조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전 세계 7위 수준이자 신흥국 중에서는 최고치다.
특히, 부동산 시장 장기 침체로 관련 기업의 역외대출은 빠르게 불어났다. 중위안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중국 대표 10개 부동산 기업의 대출 규모는 1111억5000만 위안을 기록했으며, 그 중 해외 대출 규모는 740억1400만 위안으로 전체 대출액의 66.6%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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