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국엔 전기차 충전소가 723곳, 간이충전대가 2만8000개 설치돼 있다. 중국은 현재 미국 다음으로 전기차 충전소가 많이 설치된 국가다. 중국은 12차 5개년 규획(2011~2015년)에 따라 올해까지 중국 전역에 모두 2000곳 충전소, 40만개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보급의 필수 인프라설비인 충전소를 곳곳에 설치해 전기차 운전자들의 편리를 한층 더 제고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지원 ‘종합선물세트’
‘스모그와의 전쟁’에 나선 중국이 전기차 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사격엔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는 앞서 2010년 향후 10년간 전기차 연구개발에 1000억 위안(약 17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탄소 배출 등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전기차를 신 에너지 산업으로 선정,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현재 중국 정부의 지원은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충전 인프라 부족 외에 전기자동차의 단점은 비싼 차량가격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지난 2011년부터 전기자동차 구매 시 보조금을 제공해왔다. 본래 2015년 종료 예정이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2020년까지 연장했다.
보조금 액수는 본래 매년 10%씩 줄일 계획이었지만 지난해 이를 전면 수정해 2년마다 10%씩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구매하면 3만3250위안, 순수전기차는 최저 3만3250위안에서 최고 5만7000만 위안까지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
세제 혜택도 대폭 늘렸다. 중국은 지난해 9월부터 순수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 연료전지차 3종 차량에 대한 소비세 10%를 감면해 오는 2017년까지 실시하기로 했다.
중국 공무원들에게도 강제적으로 전기차를 타도록 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친환경차 시범도시로 선정된 각급 정부는 지난해 신규 구매한 자동차의 10%를 의무적으로 친환경차로 구매했다. 올해 친환경차 비중을 최소 20%, 2016년까지 30%까지 맞춰야 한다. 베이징, 톈진(天津)이나 주장(珠江)·창장(長江) 삼각주 지역은 더 엄격한 목표치가 제시됐다.
친환경차 시범도시도 2010년의 25개에서 현재 39개까지 늘렸다. 이들 각 지방정부에서는 중앙정부와 별도로 각종 보조금 지원을 비롯한 혜택을 선사하고 충전 인프라에 적극 나서는 등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수도 베이징의 경우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 번호판 발급대수를 지난해 2만대에서 올해 3만대로, 2017년까지 6만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반면 일반 자동차 번호판 발급대수는 그만큼 줄었다. 또 2017년까지 친환경차 보유대수를 버스, 택시, 자가용 등을 모두 포함해 2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도심 주요 주차장,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소 등 공공장소에 전기차 충전기 1만개를 설치하기로 했다.
중국 지도부도 전기차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연초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중국 시안에 있는 중국 대표 전기차 생산업체 비야디를 방문한 자리에서 전국 주요 도시의 공해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전기차를 솔선수범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보호 바람 타고 쾌속질주
정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중국 전기차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기차(순수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4배 넘게 증가한 7만4763대를 기록했다. 이중 일반 소비자가 구매한 비중은 60%를 넘었다. 중국 언론들은 지난해를 ‘중국 전기차 발전의 원년’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중국 친환경차 판매량은 11만대를 돌파한 상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앞서 제시한 목표치에는 훨씬 못 미친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누적 판매량 50만대를 달성하고 2020년까지 누적 판매량 500만 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둥양(董揚) 비서장은 “올해 중국 친환경차 판매량이 10만~15만대 달할 것”이라며 ”50만대 달성은 2016년에나 실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 비야디 왕촨푸(王傳富) 회장은 “비록 올해 친환경차 50만대 판매목표 달성은 엄청난 도전이지만 2020년까지 500만대 목표 달성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중국 친환경차 시장을 밝게 점쳤다.
일각에선 저유가 시대에 전기차의 메리트가 줄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은 쾌속 질주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베이징 등 주요 도시 스모그의 주범을 배기가스로 지목하며 자동차 구매제한령까지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부터는 사상 최고 강도높은 새 환경법도 실시했다. 향후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차가 중국에서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는 지난 19일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25년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11~1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한 비중은 겨우 0.3%에 그쳤다.
△ 살아나는 로컬 자동차기업
중국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 로컬 자동차기업이다. 지난해 중국 전기차 판매량 중 중국업체 판매량이 4분의 3을 차지했다.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가 현재 전기차 등 친환경차에 지급하고 있는 보조금이 토종 브랜드에 집중돼있기 때문이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투자하고 있는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 비야디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1만8516대로 전년 대비 10배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중 비야디 대표차종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친(秦)’ 판매량이 1만4747대에 달했다. 2위는 치루이(奇瑞)자동차(9847대), 3위는 지리(吉利)자동차(8564대)다.
순수전기차 방면에서는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실적이 눈에 띈다. 지난해 베이징자동차는 순수전기차를 전년 대비 238% 늘어난 5510대 판매해 중국 순수전기차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베이징자동차는 전 세계 순수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 4위 업체로 올라섰다. 베이징자동차는 올해에는 한 번 충전으로 400㎞ 주행이 가능한 순수전기차 업그레이드 버전도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로컬자동차 기업인들은 올해부터는 중국 ‘전기차100인회’도 결성해 중국 정부에 전기차 산업 육성에 관한 각종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최근엔 온라인동영상사이트 러스왕(樂視網)과 같은 비(非) 자동차기업도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토종 스마트폰기업 샤오미(小米)가 전기차를 만들고 있다는 소문도 시장에 무성하다.
외국 자동차업체들도 속속 중국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중국 로컬업체에 비해 외국자동차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별다른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외제차는 보조금 혜택에서 소외돼 비싼 가격을 주고 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모델S’로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 세계적인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실적이 부진했다. 얼마 전 엘런 머스크 테슬라 CEO는 "테슬라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4분기 상당히 둔화됐다"고 밝혔다. 이에 테슬라는 현재 중국 알리바바 티몰 등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도 구사 중이다. 또한 테슬라는 앞으로 2~3년내 중국 현지에 전기차 제조공장을 설립할 계획도 밝힌 상태다.
중국 로컬업체의 전기차 제조기술이 아직 부족한데다가 향후 중국 정부의 보조금 약발이 떨어지면 중국 로컬기업과 외국기업간 전기차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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