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국내 산업용 화약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한화와 고려노벨화약이 13년간 가격·시장점유율을 짬짜미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산업용 화약시장에서 가격과 시장점유율을 담합하고 사업활동을 방해한 한화·고려노벨화약에 대해 과징금 643억 8000만원 및 검찰 고발한다고 29일 밝혔다.
산업용 화약은 터널공사·광산채굴 등에 사용하는 화약으로 폭약(에멀전 폭약·초유폭약 등)과 화공품(뇌관·도폭선 등) 등이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산업용 화약시장은 1952년 설립된 한화(옛 한국화약)가 독점해오다 1993년 고려화약이 진출하면서 양분하고 있다.
이들은 1999년 3월 공장도가격 인상 및 시장점유율 유지 등에 합의하는 등 관련 합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산업용 화약시장을 복점(複占)하고 있는 이들이 가격경쟁을 회피하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격인상과 신규 사업자의 시장진입을 막아온 것.
이들이 합의한 1999년 3월부터 약 13년 동안 공장도가격의 인상폭 담합은 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공장도가격의 인상폭을 보면 합의 시점인 1999년에는 약 15%, 2001년 약 8%, 2002년 약 7.5%, 2008년 약 9%씩 각각 인상됐다.
2001년에는 약 19%를 인상하려 했으나 수요처들이 반발하면서 결국 2001년 10월과 2002년 7월 두 번에 걸쳐 가격을 올렸다. 이들은 2012년에도 양사 간 가격인상을 시도했으나 공정위 조사로 실행되지 못했다.
시장점유율 합의와 관련해서는 한화 72%, 고려 28%로 정한 후 물량을 조절하거나 사전에 수요처를 분배하는 방식(월별 판매량을 상대방에게 통지)으로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특히 이들이 양분하고 있는 산업용 화약시장에 2002년 세흥화약이 진입하자, 서로 짜고 저가공세와 상대방 제품의 단점을 퍼트리는 등 영업을 방해했다. 결국 세흥화약은 2007년 시장 퇴출로 고려화약에 인수됐다.
당시 인수비용은 120억원으로, 알고 보니 한화와 고려가 시장점유율(7:3) 기준으로 나눠 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수 공정위 카르텔조사과장은 “한화와 고려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적발되지 않도록 평상시 대외보안에 매우 신경을 썼다”며 “양사 담당자들이 만날 때는 휴대폰을 꺼두고 통화가 필요하면 다른 사람 휴대폰을 빌려서 사용하거나 공중전화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용수 과장은 이어 “수시로 담합 관련 자료를 삭제·폐기하고 평소 문서작성 때에는 ‘협의’, ‘가격’, ‘M/S(시장점유율)’ 등의 문구가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했다”면서 “한화 516억 9000만원, 고려 126억 90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화 측은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며 “준법경영과 공정경쟁을 철저히 준수하고 재발방지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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