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 팰리스호텔에서 열린 tvN 새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극본 윤난중·연출 표민수) 제작발표회에서 이수경의 말과 행동은 현장에 참석한 유이, 임슬옹, 최우식, 표민수 감독을 가시방석에 앉게 했다.
이수경은 가장 호구 같았던 사람으로 최우식을 꼽으며 "걸어 들어 오는데 그냥 호구 같더라.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그냥 호구 그대로였다"고 첫인상을 밝히는가 하면, 애교를 보여 달라는 사회자의 말에 플래시 세례가 터지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괴성을 질렀다. 또 다른 질문에는 한참이나 생각에 잠기며 현장 분위기를 잠식시켰고, 때때로 터지는 '까르르' 웃음소리는 어수선하게 했다.
상대적으로 연기 경력이 있는 유이가 나서 이수경을 제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6년차 배우 유이가 기자들에게 연신 "죄송하다", "이런 친구가 아니다"라고 해명할 정도. 진행을 맡았던 베테랑 방송인 신영일도 진땀을 뺐으니 더 설명하지 않아도 차가웠던 현장의 분위기가 눈에 훤히 보인다.
1996년에 태어나 올해 스무살이 된 이수경과 동갑인 배우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해 드라마 '고교처세왕'에서 이민석(서인국)을 짝사랑하는 정유아 역을 맡았던 이열음. 그는 방송 후 인터뷰에서 연기에 대한 포부와 미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었다. 나이는 어려도 연기를 대하는 태도, 작품을 보는 태도만큼은 진중했다.
이수경보다 어린 배우 여진구나 곽동연, 박소영 등도 기자들과 만날 때는 만반의 준비를 한다. 예의는 기본이고 출연작에 대한 철저한 분석은 덤이다. 돌발질문에 대한 철두철미한 대비로 기자를 당황시킬 때도 있다. 작품을 보지도 않고 "우리 드라마 재미있다"는 막무가내 주장을 펼치는 이수경과 대조된다.
어디 그뿐이랴. 이제 갓 데뷔한 신인이라서 '뭘 모른다'고 하기에도 설명이 역부족이다. 위너나 레드벨벳은 오랜 연습으로 '연예인이 될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데뷔했다. 작품의 첫선을 보이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도 어리보기로 행동했던 이수경과는 달랐다.
물은 엎질러졌다. 이수경이 스스로 자처한 논란의 불씨를 끌 수 있는 건 오직 연기뿐이다. 태도는 완성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배우는 연기로 말하는 법. '대체할 수 없는 배우'를 꿈꾸는 이수경의 완성된 연기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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