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공정당국이 현대제철의 동부특수강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했다. 자동차 부품업체에 계열사 제품 강매를 금지하는 등 관련시장의 경쟁을 해쳐선 안 된다는 조건에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제철 계열회사인 현대위아·현대하이스코의 동부특수강 주식 취득과 관련해 조건부 승인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의 시정조건에는 △계열회사 제품 구매강제 금지 △비계열회사 차별 금지 △경쟁사 정보 공유 금지 △이행감시협의회 설치 등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1차 가공업체와 2차 가공업체인 파스너·샤프트 업체는 제조단계상 동부특수강과 현대·기아차 사이에 낀 구조로 소재구매 결정권이 상실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동부특수강은 제철회사에서 만든 선재(와이어로드)를 가져다 냉간압조용강선(CHQ Wire)과 마봉강(CD Bar)을 만드는 등 자동차 부품인 볼트·너트·샤프트(shaft)를 생산·납품한다.
때마침 현대제철은 내년 2월부터 와이어로드(일반 철강에 탄소와 기타 합금을 첨가해 특성을 개량한 코일 형상의 강재) 시장에 진입하는 등 연간 40만톤 공급이 계획돼 있다.
현재 CHQ Wire와 CD Bar 생산 시장은 세아특수강과 동부특수강이 유일한 경쟁관계다. CHQ Wire 분야에는 세아특수강이 45%, 동부특수강 23% 등 각각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CD Bar의 경우는 세아특수강과 동부특수강이 각각 35%씩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들의 인수는 원료에서 완성차까지 모든 공정을 수직계열화하는 구조가 된다. 이들의 제품을 납품받는 2차 가공업체(파스너·샤프트 제조사)는 현대·기아차의 매출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예컨대 현대·기아차가 우월적 구매력을 이용하는 등 동부특수강이나 현대제철에서만 구입하도록 강제할 우려가 높다는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시장지배력이 자동차용 파스너 및 샤프트 시장과 더불어 CHQ Wire 및 CD Bar 시장으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이들이 부품도면을 계열사 소재 메이커로 지정하거나 신차 개발단계에서 계열사만 참여시키는 등 부당한 비계열사 차별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파스너·샤프트 업체에 대한 동부특수강 CHQ Wire·CD Bar 구매 강제는 금지된다. 또 자동차 부품의 품질향상 및 부품소재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 때 부당한 비계열사 차별도 금지된다.
거래과정이나 공동개발 과정에서 취득한 경쟁사 정보는 계열사 간 공유가 금지다. 이 밖에도 부품제조사 등 이해관계자와 독립적인 거래감시인 등으로 구성된 이행감시협의회를 설치하고 현대제철의 와이어로드 생산개시일로부터 3년간 이행감시결과를 공정위에 제출토록 했다.
송상민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결합 후 피심인들이 CHQ Wire 및 CD Bar 시장에서 계열사 제품 구매를 강제하거나 비계열회사 차별을 금지하는 등 경쟁사업자가 부당하게 관련 시장에서 배제되는 것을 방지한 것”이라며 “이행감시협의회를 통해 피심인들의 시정명령 이행여부를 감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 인수를 위해 케이디비시그마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와 업무협약(MOU)를 체결, 공정위에 임의적 사전 심사(기업은 정식신고 이전에 기업결합 심사를 요청하고 공정위가 미리 심사해 통보하는 제도)를 청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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