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새누리당의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에 '비주류'인 유승민-원유철 의원이 2일 당선됨에 따라 앞으로 당청 관계가 일대 변곡점을 맞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집권 2년 만에 여당의 ‘투톱’을 모두 비주류가 장악하게 되면서 당청관계의 균형추가 급격히 당으로 쏠리게 된 것이다.
특히 유 신임 원내대표는 경선 기간 내내 “당이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밝힌 점을 미뤄볼 때 향후 새 원내지도부는 취임과 함께 청와대와의 주도권 싸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유 신임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 정책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며 허구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밝혀온 만큼 증세 문제, 저리의 주택 대출 정책, 건강보험료 인상, 국공립 어린이집 증설 문제 등 기존에 갈등을 빚어온 정책들을 사이에 두고 당청 간 정면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박근혜정부의 청와대 참모진들을 가리켜 ‘청와대 얼라들’이라고 직설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던 만큼 조만간 ‘청와대 인사 쇄신’을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이미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 20%대로 급락하면서 40%대 초반인 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지는 상황에서 비주류가 장악한 당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지난 해 김무성 대표 취임 이후 “단절됐다”는 평가를 받아온 당청 관계는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도 여권 내부에서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무조건' 뒷받침하던 주류 측의 급격한 초반 몰락에 따라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이 올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형국이다.
청와대는 이날 새누리당 유승민-원유철 원내지도부 선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복잡한 기류가 감지된다.
청와대 내부의 공통된 의견은 비박계인 유 신임 원내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청와대가 향후 당과의 소통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투표에 앞서 윤두현 홍보수석을 통해 "어제 정책조정협의회를 시작하기로 했는데 오늘 원내 지도부가 선출되면 당정청 협의를 통해 정책을 잘 조율해 국민에게 염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유 신임 원내대표가 ‘경제통’인 만큼 정부의 경제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유 의원이 수평적 당청 관계를 강조하다보면 사사건건 충돌할 수도 있으며, 특히 가장 우려되는 것은 유 의원이 정부의 정책과 다른 방향으로 독자적인 정책을 밀어붙일 경우 새로운 갈등을 낳을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경제 골든 타임'을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던 개헌 논의가 이번 유 신임 원내대표 당선으로 인해 여당 내부에서 다시금 분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년 20대 총선의 공천 구도 역시 주목거리다. 지난해 국회의장 후보경선과 전당대회 참패, 지방선거 도지사 후보 경선에 이어 이번에도 비박계에 패배한 친박계가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면서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공천 싸움에서 친박계 입지를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김 대표는 오픈프라이머리 실시를 통해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 여지를 좁혀 놓았다.
당청 관계를 비박계가 주도해나가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여권 전체의 권력 지도도 서서히 재편되는 게 불가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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