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미빛 연인들’ 김선혁 “S대, 왜 그만 뒀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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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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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에서 ‘이재윤’역을 맡은 배우 김선혁이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국지은 기자 = 상대의 치부를 알고도 마음이 요지부동인 사랑을 두고 해바라기와 같다고 한다. 오로지 사랑으로, 그저 자신의 품으로 오면 된다고 하는 남자에게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훈훈한 외모에 능력까지 있다면 고민은 사치다. 배우 김선혁(37)은 드라마 속 흔히 있는 백마 탄 왕자님을 주무르고 매만져 보다 인간적으로 완성했다. ‘장미빛 연인들’(극본 김사경·연출 윤재문) 속 이재윤은 그렇게 탄생했다.

최근 아주경제 본사에서 만난 그의 첫인상은 무엇보다 샤프했다. 작은 얼굴 탓인지 프로필에 적힌 177cm보다 크게 느껴졌다. 큰 홍채 때문에 어디를 보는지 모르는 듯한 묘한 시선이 인상적이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첫 모습에서 주는 강렬한 느낌은 뭉그러지고 기묘한 매력이 두드러졌다. 모르긴 몰라도 배우로서는 큰 장점이 될 거다.

“교회에서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는 그는 2003년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해양학을 공부하던 중 중퇴하고 연기의 길에 들어섰다. 그러나 입문한 배우의 삶은 악산보다 험했고 농무처럼 막막했다. 작은 독립영화로 시작한 그는 2여 년의 긴 공백기를 거친 후 여러 작품에 얼굴은 보였으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다 ‘호텔킹’에서 강한 남자 홍준을 맡아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고 ‘장미빛 연인들’에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선혁은 자주 등장하는 로열패밀리 재벌남 이재윤을 ‘김선혁’화하기 위해 치밀하게 분석하고 면밀하게 연구했다. 한선화(백장미)가 과거 이장우(박차돌)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버렸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청혼하는 순정파지만, 목표를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인이다.

“이재윤을 해석해봤을 때, 문화적으로 고등 교육을 받았고 집안 분위기는 에티켓으로 가득 차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른을 대하는 데 부담감이 없는 데다가 자상하고 예의 바른 남자죠. 장미를 대할 때는 하염없이 잘해주지만 일에서는 엄격하고 냉철한 사람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일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 않아 강인한 이재윤을 표현하지 못해 아쉬워요. 사랑의 라이벌인 이장우와의 대립에서 상남자 면모를 보여주지 않을까요?”

대본을 외우기 전 배역의 좋은 기운을 흡수하는 게 우선이라는 그는 이재윤의 좋은 부분을 흡수해 자신을 변화한다고 했다. 실제 성격이 변하기도 하고, 가치관이 달라지기도 하는 그는 유연함이 배우의 덕목이라는 소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래서 한선화와 13살 터울임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양이다. 그는 한선화에 대해 “언제나 먼저 와 인사하고 대본도 늘 외우고 있는 싹싹한 친구”라며 “장난도 서슴없이 하는 사이”라고 말했다.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에서 ‘이재윤’역을 맡은 배우 김선혁이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

손아랫사람과 허물없게 지내지만 극 중 재벌남으로의 몰입은 때론 소소하고 재미있는 실수를 유발할 때도 있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촬영장 비하인드 스토리는 언제나 신선한 느낌을 주기 마련이다. 김선혁이 들려주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 하나.

“실제는 정보석, 임예진 대선배님에게 깍듯이 예의를 차리곤 하는데 ‘큐’하는 소리만 하면 두 선배님이 90도로 인사하며 저(이재윤)에게 쩔쩔매곤 하죠. 그러다가 ‘컷’하는 소리에 빨리 캐릭터에 나와 선생님께 경의를 표해야 하는데 그게 느리게 바뀔 때가 있어요. 하하.”

김선혁의 귀여운 실수를 바꿔 말하면 ‘집중력이 높기 때문’일 게다. 배우 김선혁이 그리는 미래는 구체적이다. 영특함이 빛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그는 사이버수사대 팀장과 같은 역도 탐나고, 무엇보다 치밀한 범죄자의 역을 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몸을 쓰는 고난도의 액션부터 짙은 감정 연기까지 한 번에 보여줄 수 있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캐릭터인가.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할 것 같았으나 승마도 할 줄 알고, 액션스쿨에서 몸의 움직임을 배웠다며 자신만만했다.

“결혼은 아직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생각이 없어요. 일을 더 하고 싶어요. 책임 있게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는 여건이 됐을 때 하고 싶어요. 이왕 늦은 거. 능력 갖추고 나서 생각해보려고요.”

‘언제’보다는 ‘어떻게’ 가 중요한 인생은 적정 속도를 유지해야만 지치지 않고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는 마라톤과 같다. 욕심 때문에 자신이 뛸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르게 뛰어 금방 지치고 싶지 않다는 그의 마지막은 어디일까. 김선혁의 ‘장밋빛 마라톤’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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