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승훈·노승길 기자 = "차례상과 명절음식을 장만하는데 육체적으로 피곤한 건 둘째치고 지출해야 할 비용이 엄두가 나지 않네요. 누구는 민족 대명절이라고 기다려지는 날인데 저는 한숨만 나옵니다."
서울 종로구의 주부 A(45)씨는 가뜩이나 가벼워진 지갑 사정에 설 연휴가 그리 달갑지 않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살림살이에 허리띠를 졸라매기 바쁜데 명절 특수로 물가도 껑충 뛰었다. A씨는 조금이나마 가계 지출을 줄이려 올해 전통시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서울에서 설 성수품 구입은 전통시장이 대형유통업체보다 평균 26.0% 싼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시내 전통시장과 유통업체 총 66개소에 대한 설 성수품 차례상 구매비용을 비교 조사해 3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6~27일 마포·남대문·영동시장 등 전통시장 50곳과 이마트, 홈플러스, 하나로마트의 유통업체 15곳에서 이뤄졌다. 설 수요가 많은 35개 품목을 조사(6~7인 기준)한 결과를 보면 전통시장과 대형유통업체는 각각 24만3352원, 32만9025원으로 집계돼 전통시장이 평균 8만5673원 저렴했다.
특히 가락시장의 경우 비용이 20만3510원으로 도매시장 특성상 소비자가 방문할 경우 가장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자치구별로 강남·서초·동작·관악은 평균 27만원대로 전체 평균보다 높았다. 반면 강북·노원·성북구는 22만원대로 낮았다.
품목별 향후 가격은 사과는 대과 비중이 큰 출하 물량 증가로 전년대비 약보합세를, 배는 약세 속에 제수용과 선물용 특품 위주로 높은 가격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밤과 대추는 산지 태풍 피해가 없어 풍작을 이루면서 전반적 보합세로 예상됐다.
조기는 국내산 참조기의 어획량 감소 및 대체재인 중국산 조기 수입가격 상승에 수입량도 둘어 전년대비 강세를 예측했다. 명태포는 러시아산과 미국산 명태의 어획량이 많지 않아 오름세를 내다봤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성수품 물가 중점관리 및 중소기업에 18조1000억원 가량 자금을 공급하는 내용의 민생안정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정부는 이달 17일까지 매일 물가조사를 벌여 배추, 사과 등 15개 농축수산물의 공급 물량을 하루 11만1000t으로 평소보다 1.6배 수준으로 늘린다. 설 전후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차원에서 국책은행 4조1000억원, 일반은행 12조3000억원 등 자금을 푼다.
영세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방안도 내놨다. 지역신보가 1조2000억원의 신용보증 공급을 확대하고, 전통시장 긴급 운영자금(미소금융)은 49개 시장당 1억원 이내로 지원한다. 아울러 이 기간 체불임금 청산을 집중 지도하는 한편 체불 근로자에게 연 2.5% 이자에 1000만원 한도에서 생계비를 저금리로 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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