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회고록은 총 12개장, 800여 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남북관계, 한미·한중·한일관계 등 외교 비화를 비롯해 4대강 사업, 녹색성장정책, 자원외교, 세종시 이전 등 소재가 너무 광범위해 단숨에 읽으려면 호흡이 딸린다.
반면 ‘MB의 비용’은 총 16명의 지식인들이 공동집필했지만 360여 쪽으로 MB회고록 분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내용이 부실할까 싶지만, 본연의 출간목적에 꽤 충실하다. 저자들은 MB가 회고록에서 미처 쓰지 못한(일부러 안 쓴 것도 같지만) MB의 정책으로 발생된 구체적인 경제적 피해를 조목조목 따지고 있다. MB회고록만으로 의혹 해소가 부족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MB회고록부터 살펴본다. 1장 제목부터 ‘나는 대통령을 꿈꾸지 않았다’이다. 시작부터 겸양의 향기가 묻어난다. 그런데 MB회고록을 사심 없이(!) 정독했다는 이들조차 ‘자화자찬 일색’이라고 할 정도로, 참 많은 말이 적혀있다.
그런데 MB는 정권 출범초기 “내부자료 200만 건이 유출됐다”면서 이른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가기록물 유출사건’을 야기한 장본인이다. 당시 국가기록원은 노 전 대통령 비서실 소속 비서관 10명과 행정관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영장을 앞세워 유례없는 대통령기록물 열람까지 했다.
새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 전에 못다 쓴 회고록 ‘성공과 좌절’이 떠오른다. 그의 회고록 1부 1장은 이렇다. “성공도 있었고 실패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나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성공과 영광의 기억이 아니라 실패와 좌절의 기억들이다”
한 사람은 그렇게 떠났고, 한 사람은 여기 있다. 두 사람의 회고록 중 지금 어디로 손을 뻗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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