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맏형 리더십’ 실종, 2년 만에 ‘룰 트라우마’ 재연…대권가도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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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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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 대표 후보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 9부 능선을 넘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당 대표 후보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경쟁자인 박지원 후보와 벌인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 경선 룰 싸움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지지후보 없음’을 유효투표에서 배제)을 관철해냈지만, 그 과정에서 문 후보의 전매특허인 ‘맏형 리더십’이 실종되면서 ‘친노(親盧·친노무현) 패권주의’ 논란으로 불이 붙는 모양새다.

파문이 확산되자 문 후보는 3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내 싸움을 일체 하지 않겠다. 정권에 맞서 국민을 지켜내고 사즉생의 각오로 총선 승리를 이루겠다”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통해 시선 돌리기를 시도했다.

하지만 비노(非盧·비노무현)그룹인 박 후보가 같은 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친노의 지나친 반칙”이라고 비판한 데 이어 김한길계인 주승용 최고위원 후보 역시 “전대 이후 후유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룰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논란의 수습은커녕 전대 룰 갈등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이기는 정당 외친 文, 정작 유리한 룰 관철

정치권 일각에선 18대 대선 직전인 2012년 11월 당시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와의 야권 후보단일화 룰 협상에서 ‘벼랑 끝 전술’로 일관하던 문 후보 측이 불과 2년 반 만에 논란을 반복하자 ‘룰 트라우마’에 걸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당 대표 후보 [사진=아주경제 유대길 기자 dbeorlf123@]


당시 야권 후보단일화 룰 협상 과정에서 문 후보는 짧은 기간에 지지와 비난을 한몸에 받으면서 ‘롤러코스터’를 탔다. 애초 안 후보 측에 ‘룰’을 위임하겠다고 공언한 문 후보는 정치권 안팎으로부터 “형님 리더십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지율 상승에 날개를 달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돌입하자 문 후보 측은 ‘적합도’, 안 후보 측은 ‘가상대결’을 각각 요구하며 치열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장기간 평행 대치를 이어간 이들은 다시 ‘적합도+가상대결(문 후보)’ 대 ‘지지도+가상대결(안 후보)’로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문 후보 측이 제3안으로 ‘칵테일 방식(가상대결+적합도+지지도)’을 밀어붙이자 안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 영혼을 팔지 않았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채 전격 사퇴, 이들의 단일화는 ‘미완의 단일화’에 머물렀고 결국 박근혜 정권 출범의 빌미를 제공했다.

당 내부에서 2·8 전대 역시 ‘미완의 집안 잔치’로 끝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하는 까닭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당내 비노그룹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문 후보 측의 룰 변경 제기와 관련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이런 식으로 당 대표가 된다고 한들 이후에 혁신을 할 수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文 룰 트라우마, 4월 보선부터 논란 불가피

문제는 명분을 버리고 ‘실리’를 챙긴 문 후보의 전략이 향후 대권가도에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당대회 경선 룰 논란이 확산되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후보는 3일 국회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당내 싸움을 일체 하지 않겠다. 정권에 맞서 국민을 지켜내고 사즉생의 각오로 총선 승리를 이루겠다”며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통해 시선 돌리기를 시도했다.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당장 전대 기간 내내 ‘이기는 정당’을 표방한 문 후보 스스로 지난해 12월 전준위가 합의한 룰을 번복하면서 당의 최대 아킬레스건인 계파 갈등의 진원지로 전락했다. 박 후보 측 한 관계자는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사실상 친노의 당이 아니냐”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이에 문 후보 측 김형기 부대변인은 “박 후보 측이 대의원과 당원들에게 ‘당원투표 직전 룰 변경하는 친노 반칙’이라는 인신비방성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며 유권자들의 판단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새정치연합 새로운 당 혁신 방안이 ‘막말·저질 공방전’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정치쇄신·실천의지’라는 고난도 방정식의 답을 2·8 전대 이후로 미뤄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다.

더구나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과의 단일화 협상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 룰을 수용한 노무현의 승부수가 이번 전대에서 사라졌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새정치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탈당으로 야권 분열이 현실화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오는 4·29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야권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문 후보의 ‘룰 트라우마’가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대 막판 룰 협상을 둘러싼 파문과 각 후보 진영의 네거티브 전개로 2·8 전대의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가 없어진 상황에서 문 후보의 벼랑 끝 전술이 오히려 상승 중인 당 지지율과 자신의 대선 지지율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문 후보의 전략과 관련해 “일종의 룰 트라우마에 걸린 것”이라며 “문재인호가 출범해도 당심과 민심의 괴리, 고차방정식인 4월 보선과 향후 총·대선에서 단일화 협상을 풀어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 [사진=안철수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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