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유승민 원내대표 ‘투톱 체제’ 가동 첫날인 3일 두 사람은 ‘증세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에 이어 취임 이후 줄곧 견지해온 복지 및 조세정책 기조에 당의 투톱 지도부가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증세없는 복지로 촉발된 증세 또는 조세정책 변화 요구는 그간 야당의 거듭된 주장에도 모른 척 했던 ‘법인세 인상 카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 입장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증세 없는 복지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국민이 다 안다. 사실상의 증세를 하면서 증세는 없다고 하니 국민이 화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대표도 이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 프레임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정치권이 무분별하게 복지 공약을 내놓았지만 재원 마련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권리인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의무인 납세를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금기시됐던 증세 문제가 올해 연말정산 과정에서 국민적 분노가 폭발,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추락시킨 주원인으로 꼽히자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증세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법인세 인상이 핵심 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는 이명박 정부 당시 최고 명목세율이 25%에서 22%로 3%포인트 인하됐지만 기업의 투자 등은 크게 늘어나지 않아 야당 등이 법인세를 원래대로 환원해야 한다며 인상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유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고려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던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도 “법인세, 소득세도 백지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법인세 인상 등) 증세는 안 된다는 데 묶이면 답답한 게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유 원내대표의 러닝메이트인 원유철 정책위의장도 증세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집권여당 투톱인 김 대표와 유 원내대표의 이 같은 입장에 따라 당분간 증세론은 힘을 받겠지만, 그만큼 당청 갈등의 골이 깊어질 가능성도 크다.
이를 의식한듯 김 대표는 이날 국회 연설에서“복지 예산의 전면적 검토와 구조조정을 통해 지출 중복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면서 “증세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서도 “증세는 함부로 건드릴 문제가 아니다”면서 “현재 복지체계 속에서 낭비가 없는지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그래도 부족하면 그때 가서 국민들과 (증세를)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도 “세금을 올릴 것인지 복지를 할 것인지 선택의 문제”라며 “국민을 설득하고 충분히 의견을 물어가며 여야가 합의를 해야 한다. 당장에 이뤄질 일은 아니다”라고 일단은 급진적인 증세론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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