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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상임고문이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새정치연합 공식 탈당을 선언한 정 고문은 시민사회, 학계, 재야 진보인사들이 제3신당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국민모임'에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제3지대 진보정당 창당을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정치행보가 빨라지면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인 열린우리당 시절 정 전 고문과 함께 당내 ‘정풍 운동’을 이끌었던 천 전 장관이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원회’(이하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에 합류한다면, 야권발(發)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천 전 장관이 지역적으로 ‘호남’, 세력적으로는 ‘구민주계’를 대표하는 만큼 반(反) 친노(친노무현) 연대를 꾀할 경우 아직 ‘미풍’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제3지대 진보정당의 파괴력이 ‘메가톤급’으로 격상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에서도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이 강한 야성(野性)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대 양당(집권여당과 제1야당)을 비토하는 진보성향 지지층이 국민모임 신당추진위로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鄭, 국민모임과 첫 공식 회동…4월 보선 독자세력화 천명
판은 만들어졌다. 정 전 고문은 4일 서울 여의도 ‘(사) 대륙으로 가는 길’에서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와 첫 모임을 열고 4·29 보궐선거 3곳(서울 관악을·성남 중원·광주 서구을)에 독자후보를 내기로 합의했다. 전날(3일) 국민모임 신당추진위가 독자세력화에 나선 데 이어 하루 만에 세 결집을 위한 행보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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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왼쪽)과 김성호 전 의원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
이날 첫 모임에는 정 고문 측 민주당 김성호·임종인·최규성 전 의원과 창조한국당 유원일 전 의원, 국민모임 신당추진위 측 김세균 위원장과 이도흠·양성윤 추진위원·김형배 추진위원, 오민애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반(反) 신자유주의 노선을 천명한 뒤 5일 천 전 장관이 참여하는 광주 토론회를 시작으로, 12일 신당 창당주비위 발족 등 향후 일정에 대해 합의했다.
이들은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를 극복하고,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당을 지향한다”며 “이런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개인에게 우리의 문호는 개방돼 있다”고 진보대통합 추진 의지를 밝혔다.
특히 국민모임 신당추진위는 오는 16일 ‘조세개혁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며 정치이슈에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 들어 여야를 막론하고 증세 논의가 본격화된 상황에서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 어젠다를 쥐고 진보성향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정동영 신당, 첫 시험대는 4월 보선…호남 지지가 운명 결정
하지만 국민모임 신당추진위의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1987년 양김(兩金, 김영삼·김대중)의 분열로 정권교체에 실패한 이후 1992년 정주영의 통일국민당, 1997년 이인제의 국민신당, 2002년 정몽준의 국민통합21, 2007년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등은 모두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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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진보정당 창당을 선언한 새정치민주연합 정동영 전 상임고문의 정치행보가 빨라지면서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행보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야권의 신당 출현이 총선 등 선거지형을 뒤흔든 것은 1985년 총선 때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와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손잡은 신한민주당 한 차례밖에 없다. 그만큼 인물 중심의 한국 정치에선 제3지대 창당이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정동영 신당 창당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기관마다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일 여론조사기관 ‘휴먼리서치’가 공개한 야권 신당 창당을 가정한 정당 지지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1%) 에서 국민모임은 18.7%로 새정치연합(21.1%) 지지율에 육박했다.
60년 전통의 제1야당과 창당도 하지 않은 국민모임의 지지율 격차는 불과 2.4% 포인트였다. 당시 새누리당의 지지율은 39.6%였다.
같은 달 18일 ‘모노리서치’ 1월 정례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9% 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제3지대 진보정당 창당과 관련해 49.6%가 ‘정치권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13.6%에 그쳤다.
다만 32.8%는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선 주자급 합류 여부에 따라 파괴력이 커질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층은 4.0%였다.
천 전 장관의 합류 여부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와 만나 천 전 장관의 탈당과 관련, “그런 선택을 하겠느냐”라고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천 전 장관 측은 현재 신당 합류 여부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모임 신당추진위가 이날 △서민과 약자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인물 △야권교체에 기여하고 ‘의사당 귀족’이 되지 않을 인물 △전문성과 정책능력이 검증된 인물 등 4월 보선 후보 3대 합의기준을 천명, 조만간 공개될 인재풀에 따라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아니면 ‘메가톤급’으로 격상될지 결정될 전망이다.
첫 번째 시험대는 4월 보선, 특히 호남 지지 여부다. 국민모임 신당추진위 한 관계자도 “호남을 정치혁명의 진원지로 할 것”이라고 대대적인 호남 공략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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