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강규혁 기자 =국내 완구업체 영실업의 상승세가 무섭다. 지난해 목표를 초과 달성한 데 이어 해외시장 진출도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오리무중인 매각 이슈가 걸림돌이다.
지난 3일 영실업은 2014년 매출 11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 대비 44%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300억원 수준으로 같은 기간 80%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찬희 영실업 대표는 지난해 8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4년 매출 1000억원을 예상한 바 있는데, 이를 초과 달성했다. 또봇의 후발주자로 전사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바이클론즈의 매출 목표였던 100억원 달성에도 성공했다. 실제 출시 6개월째에 접어든 바이클론즈의 매출 상승세는 대표 제품인 또봇의 그것에도 밀리지 않는다.
해외시장 진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또봇이 지난해 대만, 싱가폴,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바이클론즈 등으로 수출 브랜드를 확대해 프랑스, 중동 지역에서도 수출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궁극적으로 매출의 20%를 해외에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선전 속에서도 매각 문제만큼은 여전한 골칫거리다.
영실업은 M&A 시장의 매물이다.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이자 경영권의 지분 96.5%를 보유한 헤드랜드캐피탈(Headland Capital Partners)가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매각을 추진 중이다.
헤드랜드캐피탈 측이 2012년 12월 당시 영실업의 지분을 사들였던 데 투입한 자금은 600억원 가량이다. 인수 당시 542억원이었던 매출은 2년만에 2배 이상 뛰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실적이 정점에 오른만큼, 최고가로 팔아 넘길 수 있는 기회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헤드랜드캐피탈이 원하는 매각대금이 2500억원~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의 브랜드 가치나 영향력을 감안하면 분명 구미가 당기지만, 국내 업체들 중에는 이만한 규모의 자금을 감당할 만한 곳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결국 인수 대상은 규모가 큰 중국 등 해외업체가 되지 않겠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이같은 어정쩡한 상황이 영실업에게는 그다지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매각 이후에도 영실업이라는 브랜드와 사업방향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국내 브랜드로서 보유한 고유의 이미지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잠정적 매각 대상자로 점쳐지는 외국계 기업들이 국내가 아닌 해외시장에서의 성과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제반여건이 전혀 다른 해외시장에서도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자칫 무리한 투자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각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대상과 시기는 시시각각 변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서도 국내와 같은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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