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문재인의 대세론이냐, 박지원의 존재론이냐, 이인영의 세대교체론이냐.”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다수 정치 전문가들은 문재인 후보가 ‘포스트 문희상’ 체제의 주인공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2·8 전대 초반부터 양자구도를 형성한 박지원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는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5일 아주경제의 2·8 전대 전문가 분석에 참여한 △김능구 e윈컴 대표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 △박상헌 공간과 미디어연구소 소장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 △신율 명지대 교수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이상 가나다순) 등 7명의 정치 전문가 중 6명이 문 후보의 최종 승리를 예상했다. 김만흠 원장만이 문 후보와 박 후보가 박빙 구도를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당심(黨心)에서 ‘비교열위’인 문 후보의 당선 요인으로는 ‘압도적인 민심(民心)’을 꼽았다. 지난 18대 대선에서 48%(1469만2623표)를 획득한 문 후보가 현재 범야권 대권잠룡 가운데 미래권력에 가장 근접했다는 분석인 셈이다.
◆“文 승리 예상, 하지만 압도적 승리는 아냐”
정치 전문가들은 대의원(45%)과 권리당원(30%)에선 박 후보의 우세 내지 초박빙, 일반 국민(15%)과 일반 당원(10%)에선 문 후보가 우세하다는 분석에 동의했다. 하지만 이번 전대가 2016년 의회권력 교체를 앞둔 마지막 경선이라는 점에서 민심은 문 후보의 전면적인 등장을 원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배 본부장은 박빙구도를 예상하면서도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고 해도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수직 하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심이 범야권 지지층이 원하는 ‘변화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현 소장도 “민심에서 문 후보가 압도적일 뿐 아니라 이번 전대를 거치면서 그간 약점으로 지적된 ‘권력의지’를 채우는 행보를 보였다”며 “민심은 물론 당심도 ‘문재인이 변했다’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 후보와 관련해선 “막판 여론조사 룰을 가지고 네거티브로 간 것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능구 대표는 “통상적으로 대선후보는 시대정신에 의해 결정되지만, 당 대표는 그 시점에 민심과 당심의 지지 흐름에 영향을 받는다. 최근 대선후보 적합도(리얼미터)에서 문 후보(24.8%)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21.4%)을 앞서지 않았느냐”며 “박근혜 정부 들어 지리멸렬한 새정치연합으로선 문 후보가 전면에 나서 모든 것을 거는, 이른바 ‘올인(All in)’ 전략이 유효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박 후보와 관련해선 “문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기는 했지만, 야당 전체를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는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대권·당권 분리에 대해선 “당 대표와 저격수는 다르다”고 문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윤 팀장 역시 “박 후보가 승리하기 위해선 대의원과 권리당원에서 확실한 우세와 함께 당의 혁신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민심에서 앞서는 문 후보가 다소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와 박 소장은 △여론조사 룰(‘지지후보 없음’을 유효득표에서 배제) △강력한 친노 조직력 등을 이유로 각각 문 후보의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김만흠 원장은 “여전히 두 후보는 박빙 상황”이라며 “문재인호(號) 출범 이후 당의 진로와 야권발(發) 정계개편 등 정세적인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빅빙이 아니겠느냐”라고 다른 의견을 내놨다.
◆컨벤션효과 “이미 형성 vs 없다”…4월 보선 첫 시험대
2·8 전대의 컨벤션효과(정치적 이벤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김능구 대표와 김미현 소장 등은 경선 과정에서 이미 컨벤션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배 본부장과 신 교수 등은 정책도 이슈도 감동도 없는 3무(三無) 선거로 전락, 전대 컨벤션효과가 없거나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능구 대표와 김미현 소장은 리얼미터의 1월 넷째 주 정례조사에서 제1야당의 지지율이 27.5%까지 오른 점을 거론하며 “문 후보와 당 지지율이 상승한 것을 보면, 컨벤션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대 이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만 현재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에 배 본부장은 컨벤션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뒤 내부 요인으로 △새로운 혁신 부재 △전대 흥행 실패, 외부 요인으로 △예측 가능한 결과 등을 꼽았다.
신 교수도 “전대 결과의 예측 가능성이 커지면 컨벤션효과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평가 절하했고, 김 원장도 같은 의견을 제시한 뒤 “이번 전대로 야권 재편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국민모임 등 진보통합 과정이 남았기 때문에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새 지도부의 첫 번째 실험대에 대한 질문에선 대다수 전문가들이 ‘4·29 보궐선거’를 꼽았다.
김능구 대표와 김미현 소장은 덧붙여 전대 이후 보름 안에 내정할 사무총장 등 당직 인선에서 ‘대탕평책’을 할 수 있느냐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소장은 “새 지도부가 박 대통령의 약한 고리인 인사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획기적인 인사를 선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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