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죽느냐, 사느냐의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전무) 게임이 시작됐다.”
6일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2·8 전국대의원대회(전대)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60년 정통의 제1야당 내부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대 초반부터 ‘영남(문재인) 대 호남(박지원)’, ‘노무현 정부(문재인) 대 김대중 정부(박지원)’ 등의 선명한 대립각을 세운 2·8 전대가 막바지에 다다를수록 ‘정쟁·막장’ 경선으로 치닫고 있다. 문재호(號)가 출범하든 박지원호(號)가 출범하든 2·8 전대 이후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예고한 셈이다.
특히 범야권 내 미래권력에 가장 근접한 후보(문재인)와 두 번의 민주정부 출범에 기여한 킹메이커(박지원) 간 양자구도로 좁혀진 2·8 전대의 승부가 막판까지 5% 안팎의 박빙 구도로 흐르자 당 내부에선 ‘포스트 문희상’ 체제의 주인공도 낙선한 패배자의 운명도 밝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 후보와 박 후보가 ‘정계은퇴’ 등의 배수진을 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최종 승패에 따라 친문(친문재인)그룹과 구민주계 중 한쪽은 치명타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누가 되더라도 ‘대표성 문제’…한쪽 계파 해체 수순 불가피
핵심 관전 포인트는 양 후보의 득표율 격차다. 이날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의원에선 박 후보가 앞선 반면 일반 국민(일반 당원 포함)에선 문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고 있다.
권리당원의 경우 초박빙 내지 문 후보가 약간 우세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당내 친노가 많다. 문 후보가 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이번 전대 룰이 ‘대의원(45%)+권리당원(30%)+일반 국민(15%)+일반 당원(1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양 후보의 득표율 격차는 최소 5%∼최대 10% 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대목은 세대교체론의 선봉장인 이인영 후보가 15% 내외의 득표율을 기록할 경우 1위 후보조차 ‘과반 득표율이 어렵다’는 점이다. 누가 되더라도 반대 진영의 ‘강한 흔들기’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의미다.
이 경우 범야권 내 가장 유력한 대권잠룡인 문 후보는 상당한 내상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의 이번 성적이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당시 득표율보다 낮을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13개 순회경선을 모두 석권한 문 후보의 득표율은 56.52%(15만8271표 획득).
이어 손학규(22.17%. 13만6205표) > 김두관(14.30%, 8만7842표) > 정세균(7.00%, 4만3027표) 후보가 뒤를 이었다.
◆‘영남이냐, 호남이냐’ 자존심 건 한판 승부
뿐만 아니라 전대 막판 추격전을 펼치고 있는 박 후보가 당선된다면, 문 후보는 사실상 정계은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후보는 전날(5일) 성명을 내고 “위기의 야당 대표를 맡는 건 벼슬이 아니라 십자가”라며 “당 대표가 안 돼도, 당을 제대로 살리지 못해도, 총선을 승리로 이끌지 못해도, 그 다음 제 역할은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
문 후보가 패배의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를 선언한다면, 친노(친노무현) 내 친문그룹 역시 해체 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 측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존재론’이 ‘문재인 대세론’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다면, 동교동계와 친노와 각을 세운 강경 비노진영은 치명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선 박 후보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비노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데다 문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의 지지 선언도 없는 상황이다. 여론조사 룰 변경 의혹을 고리로 한 네거티브도 박 후보 득표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전날 기자와 통화에서 “만일 박 후보가 패한다면, 그 원인은 네거티브”라며 “네거티브가 득표율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문 후보가 비리에 연루되거나 공천 장사 등을 한 상황에 직면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들은 네거티브에 상당한 염증을 느낀다”고 꼬집었다.
박 후보의 호남 결집력도 논란의 대상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박 후보가 호남에서 상당한 득표율을 보이는 것은 맞지만, 문 후보를 꺾을 수 있는 결집력을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상헌 공감과 미디어연구소 소장은 문 후보의 당선을 예상하면서도 “호남 결집력이 예전 같지 않고, 박 후보가 호남을 결집시킬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가 호남에서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박 후보의 당선과 관계없이 동교동계는 호남을 고리로 문 후보와 대척점을 이루면서 정치생명 연장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문 후보가 당 대표가 되더라도 ‘호남이 외면한 최초의 야당 대표’라는 꼬리표를 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 권력재편의 분수령인 새정치연합 차기 지도부 경선은 오는 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육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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