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땅콩회항'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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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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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연 사회부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땅콩회항 사건으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녀사냥이라며 조현아 전 부사장을 두둔하거나, 언론을 적극 활용하는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으로 인해 이 사건이 생각보다 파장이 커졌다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박창진 사무장을 비난하는 여론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땅콩회항 사건이 마녀사냥이 아닌 이유

지난달 31일 열린 땅콩회항 결심공판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사무장과 승무원의 매뉴얼 미숙으로 이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서비스 방법이 매뉴얼에 나온 것과 다르다고 가정한다 해도, 이런 사정이 부하직원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검찰은 결심공판을 통해 "사적인 권위로 법질서를 무력화하고 공적 운송수단을 사적으로 통제함으로써 항공기의 안전을 위협한 중대한 범죄"라며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또 조 전 부사장의 혐의 중 가장 첨예한 논점이었던 '항공기 항로 변경' 혐의도 적용했다. "비행기가 움직이는 건 알지 못했다"고 말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변명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창진 사무장은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사건 당시 상황을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포획하듯 그와 같은 눈초리와 행동이었다"고 표현했다.

땅콩회항은 엄연히 기내불법행위(기내폭행)로 인해 벌어진 일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 보통 기내불법행위가 발생하면 승무원들은 '1차 구두 경고→2차 경고→구금조치→경찰 인계' 순으로 기내불법행위를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사무장은 승객의 지시로 기내에서 내리게 됐다. 

심지어 대한항공이 기내폭력 근절을 위해 엄중한 제재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발표한 지 채 4개월이 지나지 않고서다. 전적으로 사적인 권위로 법질서를 무력화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쏟아지는 비난이 과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 있을까

현재 박창진 사무장을 두고 '언론을 정말 잘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온라인 포털 사이트에는 몇달째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로 검색어가 줄을 이었고 박창진 사무장에 대한 칭찬과 옹호로 가득한 글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자가 본 박창진 사무장은 달랐다. 결심공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박창진 사무장은 충분히 기자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하고 자신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법원에 신변보호를 요청해 기자들과의 인터뷰 없이 법정에 들어섰으며 증인 신문이 끝난 후에도 마치 죄인처럼 법정을 달아났다.

누구든 좋지 않은 사건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특히 요즘 같은 시대에 자칫 잘못하면 연예인, 일반인을 막론하고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자리잡게 되면 온갖 온라인 언론매체 등이 달려들어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보도하기 때문에 한순간에 죄인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평범한 삶을 살던 박창진 사무장은 한순간에 국민영웅으로 등극하며 현재 그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박창진 사무장의 의도와는 달리 일방적인 보도로 보인다. 이로 인해 그를 좋지 않게 보는 여론도 들끓기 마련이며 사건은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왜곡되기도 한다.

박창진 사무장은 "나야 한 조직의 단순한 노동자로서 언제든 소모품 같은 존재가 되겠지만, 조 전 부사장 및 오너 일가는 영원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지난 19년간 회사를 사랑했던 그 마음, 또 동료들이 생각하는 그 마음을 헤아려서 더 큰 경영자가 되는 발판으로 삼기를 바란다"며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박창진 사무장을 두고 지나친 영웅화도, 지나친 비평도 그에게는 불필요해 보인다. 땅콩회항 사건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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