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이른바 ‘땅콩 회항’ 논란으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대한항공을 비롯한 범한진가 주력 회사들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일제히 적자를 기록하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조카인 조현아 전 대항항공 부사장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덩달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차남 조남호 회장의 한진중공업은 당기순손실이 60% 가까이 불어났고, 사남 조정호 회장의 메리츠화재는 당기순이익이 30% 넘게 줄었다.
8일 각 기업이 공시한 영업실적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결산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대한항공의 1~3분기(1~9월) 당기순손실은 1859억원이었다.
대한항공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고(故) 조중훈 전 회장의 장남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회사로, 땅콩 회황 논란의 당사자이자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부사장이 몸담았던 곳이다.
이는 전년 당기순손실 3267억원에 비해 1408억원(43.1%) 줄어든 규모지만, 3분기(7~9월)에만 3920억원의 손실을 떠안아 연간 손실액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한진그룹의 또 다른 주력 회사인 한진해운도 손실폭을 줄이긴 했지만, 당기순손실이 4000억원을 웃돌았다.
한진해운은 지난 2013년 6802억원에 이어 지난해 423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해운은 매출액 역시 9조6498억원에서 8조6548억원으로 9949억원(10.31%) 감소했다.
계열분리 이후 한진그룹과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땅콩 회항 논란으로 이미지에 직간접적 타격을 입은 차남 조남호 회장의 조선‧건설회사 한진중공업과 사남 조정호 회장의 손해보험사 메리츠화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조양호 회장과 조남호 회장은 계열분리 약정에 합의한 2003년부터 유산 상속 문제로 갈등을 겪어왔다.
재계에는 조양호 회장과 삼남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이 각각 돈독한 형제 관계를 유지해 온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대한항공이나 한진해운과 달리 한진중공업은 메리츠화재 일반보험에 가입하고, 메리츠화재가 발주한 공사를 맡는 다는 점을 이 같은 관계를 뒷받침하는 예다. 실제로 한진중공업은 메리츠화재의 공사보험에 가입한 상태이며, 메리츠화재의 서울 강남 본사나 여의도 사옥, 부산 사옥 등은 한진중공업이 지었다.
경영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2998억원으로 전년 1902억원에 비해 1096억원(57.6%) 증가했다.
이 기간 한진중공업의 영업손실은 696억원에서 145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조선부문 조업 부진, 공사손실충당금 설정과 함께 미수채권에 대한 대손상각,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등 일회성 비용 발생이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메리츠화재는 2013년 1669억원이었던 당기순이익이 지난해 1149억원으로 520억원(31.16%) 감소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맏형 격인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14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동생 메리츠종금증권에 밀려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해당 기간 메리츠화재 영업이익은 2192억원에서 1566억원으로 626억원(28.5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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