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가 지난해 반도체 부문 다소 평화로운 호황을 누렸다면 올해는 사뭇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이 반도체의 기술 격차를 벌리며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는 한편,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도 신공장 준공을 통한 제조 경쟁력 강화에 나서 피할 수 없는 대결 심화 국면이 예상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김기남 사장과 박성욱 사장은 회사를 대표하는 기술통으로 반도체의 미세공정 기술을 주도해 지난해 사상최대실적을 달성, 늪에 빠진 회사 또는 그룹사를 구해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시장 빗그로스(비트 단위 환산 생산량 증가율)를 D램은 20% 중반대, 낸드플래시는 3% 후반대로 예상하며, 자사는 이를 모두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회사측은 의도적인 확장이 아닌, 공정 기술 향상을 통한 자연적 증가분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삼성전자가 시장 확장전략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박성욱 사장의 고민은 깊어졌다. 삼성전자에 비해 미세공정 기술 개발 속도가 뒤처지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업 체질을 개선하고자 올해 낸드플래시에 역량을 쏟을 방침이다. 이를 위해 차세대 TLC(3비트) 낸드 제품을 본격 양산한다. 128Gb TLC는 올 2분기부터 모바일 제품에 적용할 예정이다.
TLC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3D 낸드 상용화 시점이 늦춰지고 있는 게 부정적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이미 양산에 돌입한 3D 낸드는 아직까지 후발업체 진입에 따른 경쟁이 없다.
특히 3D 낸드는 유망 시장인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의 가격경쟁력 및 성능 향상을 위한 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SSD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지난해 분기당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거두는 등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도시바‧샌디스크, 마이크론‧인텔 역시 3D 낸드 개발에 착수했지만,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 3D낸드 시험제품을 검증하고 내년에나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업체들도 2016년을 양산 목표로 정하고 있어 삼성전자와는 1년 이상의 격차가 생긴다.
박성욱 사장은 대신 M14 라인 증설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M14라인은 올 상반기 중 증설을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한다. 박성욱 사장은 신년사에서 “M14는 생존을 위한 본원적 제조 경쟁력 강화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모든 역량을 집중해 업계 최고 수준의 양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기남 사장은 메모리 및 시스템LSI 부문 △차세대 LPDDR4(저전력더블데이터레이트4) D램 선도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엑시노스 비중 확대 등으로 갤럭시S6 등 갤럭시폰의 획기적인 성능향상을 가능케 하고 있다.
특히 최근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고성능·대용량 원메모리 ‘이팝’의 양산에 성공해 갤럭시폰의 배터리 성능 향상 및 디자인 차별화가 가능해졌다. 이팝은 AP와 D램, 낸드를 패키지화해 실장면적을 40%나 축소, 그만큼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거나 스마트폰 디자인을 슬림화할 수 있다.
지난해 애플 아이폰6 효과로 실적 개선폭이 확대된 SK하이닉스는 올해도 아이폰이 D램 채택량을 늘려 수혜가 예상된다.
단 스마트폰 경쟁이 심화돼 메모리 가격 인하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에 비해 미세공정전환 속도가 더딘 SK하이닉스는 원가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는 구조적 호황으로 철 지난 기술로도 이익을 낼 수 있을 정도였다”며 “하지만 올해는 다른 상황이 전개돼 시장이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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