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의 역신장은 한국 경제가 위태로울 때나 나타났다. 지난해처럼 위기로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이례적인 일인 것이다.
홈쇼핑과 대형마트 같은 유통채널도 부진했다. 오프라인 채널 중에서는 편의점이 그나마 선방했다.
작년에는 온라인 유통채널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언제 어디서나 PC나 스마트폰으로 몇 번 클릭하면 먹거리부터 명품까지 원하는 물건을 모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금융투자업계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의 판매(매출)액은 29조2000억원으로, 2013년(29조8000억원)보다 1.9%(6000억원) 감소했다.
30조원 문턱을 넘지 못한 채 2012년(29조1000억원) 이후 3년째 29조원대에 머물렀다. 2010년 24조8000억원, 2011년 27조6000억원 이후 성장이 멈췄다.
통계청이 1995년부터 집계한 백화점 경상 성장률이 감소한 해는 외환위기의 한파가 몰아친 1998년(-9.0%), 카드사태로 내수가 얼어붙은 2003년(-3.0%)과 2004년(-4.4%) 등 딱 3차례였다.
그동안 잘 나가던 TV홈쇼핑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해 홈쇼핑 판매액 경상지수는 0.8% 증가에 그쳤다. 2011년 22.3% 늘었던 것이 2012~2013년 각각 9.1%, 5.9%에 이어 더 감소한 것이다.
대형마트의 판매액 경상지수는 3.3% 늘었으나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편의점은 7.4% 늘며 전년(7.7%) 수준의 증가율을 유지했지만, 2013년(18.3%)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미쳤다.
주목할 점은 전통적인 유통채널의 지속적인 침체다.
대표격인 백화점의 경상(실질) 판매액 증가율은 2010년 11.6%(8.8%), 2011년 11.4%(7.7%), 2012년 5.4%(1.6%), 2013년 2.6%(0.0%)로 둔화한데 이어 지난해 -1.9%(-4.8%)로 내려앉았다.
실질 판매액 증가율은 경상지수에서 가격변동분을 제거한 불변지수 기준으로 낸 수치다.
특히 백화점 판매액의 실질 증가율은 2012년부터 우리나라 민간소비의 증가율을 밑돌았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2010~2014년 4.4%, 2.9%, 1.9%, 2.0%, 1.7%였다. 민간소비 침체보다 백화점 매출 부진이 더 심한 셈이다.
백화점의 역신장은 내수 침체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행태가 강해짐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유통매체로의 이동이 나타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인터넷+모바일)쇼핑 거래액은 45조2000억원으로, 전년(38조5000억원)보다 17.5%(6조7000억원) 증가했다.
모바일쇼핑 거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3년 6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8000억원으로 126%(8조2000억원) 늘었다.
온라인쇼핑 상품군별로 보면 화장품이 지난해 2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6.8%, 의류패션 및 관련상품이 7조3000억원으로 16.7%, 음식료품이 3조7000억원으로 12.1% 각각 증가했다. 모두 백화점의 주력 상품군이다. 특히 의류패션 및 관련상품 온라인쇼핑에서는 전체의 40%인 2조9000억원 어치가 모바일로 거래되며 모바일 쇼핑 1위 상품에 올랐다.
의류의 경우 합리적인 가격 때문에 백화점보다도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해외 직구도 전통적인 유통채널에는 부정적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를 통한 수입 건수와 금액은 1553만건, 15억4000만달러로 각각 39%, 49% 늘었다.
의류가 전체 직구의 19%를 차지했고 신발(13%), 화장품(11%), 핸드백·가방(8%) 등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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