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8일(현지시간) 그리스 의회 연설에서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를 비롯한 정책 우선 순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연설에서 “구제금융은 실패했다”며 “우리는 국가 주권을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구제금융 만기 연장을 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언급해 이달 말 종료되는 구제금융의 연장을 요청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제사회의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이 이달 28일 예정대로 종료될 경우 그리스의 자금 공급은 완전히 끊기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구제금융 연장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은행에 대한 유럽중앙은행(ECB)의 자금이 말라가고, 그리스는 자금 통제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효과적으로 유로존 회원 자격이 중단된다”고 9일 보도했다.
그러나 유로존 회원국은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을 연장하고 긴축 계획을 이행할 것을 희망하고 있어 협상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또 치프라스 총리는 자금 공급 중단을 감안해 6월까지 재협상 기간 동안 ‘브릿지(Bridge)' 형태의 자금 조달을 새롭게 요청했다. 브릿지 형태의 자금 조달은 기존 채권을 새 채권과 교환하는 내용의 새로운 부채상환 계획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6월까지 브릿지 계약은 협상기간 동안 숨 쉴 공간을 제공한다”면서 “유로존 회원국이 15일 이내로 이를 수용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치프라스 총리는 긴축 재정 완화 계획도 밝혔다. 그는 “그리스 국민들은 긴축을 즉시 종료하고 정책을 변경하라는 강력하고 명확한 위임을 주었다”고 강조했다.
치프라스 총리는 총선에서 공약한 대로 최저임금을 내년까지 현행 580유로(약 72만3620원)에서 750유로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재산세를 폐지하고 250억 유로 규모의 민영화 프로그램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총리에게 제공되는 항공기 중 한 대를 팔고, 자동차 혜택도 줄이기로 했다.
또한 치프라스 총리는 그리스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독일에 의해 당한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청구할 방침도 시사했다.
그는 "그리스는 우리 국민과 우리 역사, 나치에 맞서 싸우고 피를 흘린 모든 유럽인에 대한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우리의 역사적 의무는 점령기간 강탈자금 반환과 배상금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치 독일은 그리스를 침공하고서 4년 동안 당시 그리스 중앙은행에 막대한 전시대출을 강요해 그리스 경제를 파탄으로 몰아간 바 있다.
이날 발표된 계획은 11일(현지시간) 열리는 유로존 긴급 재무장관회의와 12일 개최될 EU 정상회담의 협상 카드로 쓰일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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