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화쟁(和諍) -다툼을 화해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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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10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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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규 동아시아센터 회장 [사진=동아시아센터 제공]

신라에 의한 삼국의 통일 이전에 우리 민족에게 동민의식(同民意識)이 있었을까? 하는 물음에 많은 학자들의 구구한 의견을 차치하고, 우리 한국인의 사상 그 원형성과 방정성을 논 할 때 그 으뜸은 원효(元曉, 617-686)로부터 시작 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사회에 가득 찬 대립과 분열을 종식 시키고 화합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이미 1500여년 전 통일신라기에 이 땅에 살았던 우리의 선조들이 경험 하였던 전쟁과 가난, 가치관의 혼돈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여 백성으로 부터 사랑을 받은 이가 원효이다.

삼국간의 전쟁으로 인한 찢어질 대로 찢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평화와 화합이 깃들인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였던 원효는 백성과 함께 고락을 같이하는 가운데 어떻게 하면 백성에게 더 많은 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가에 마음을 기울여 당시까지 귀족의 전유물이었던 불교를 백성에게 돌려주었던 것이다.

너와 나의 대립과 모순이 있는 현실에서 모든 대립과 모순 및 다툼을 조화로서 극복하여 하나의 세계로 지향 하려는 것이 원효의 화쟁사상(和諍思想)이다.

모순과 대립의 현실세계에서 통일·화합·총화·평화라는 공동선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는 언제나 분석하고 비판하여 긍정과 부정의 두가지 논리를 융합하여 보다 높은 차원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 노력이 필요 할 것이다.

통일을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20세기 최고의 가치였던 자유와 평등의 실현을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 인류에게 문명적 이데올로기를 제시하여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일찍이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1890-1957)은 인도에서 시작되었던 불교를 서론적 불교, 중국불교를 각론적 불교, 그리고 한국의 불교에 대하여 최후의 결론적 불교라 갈파 한 바 있다. 이는 한국에 와서 거대 종교 불교가 완성 되었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하겠다. 한국에 들어온 불교가 하나의 불교로 귀일하여 모든 인종과 종파를 통합하여 원융 즉 막힘이 없으며, 회통 즉 하나로 이어진 것이다.

을미 새해 벽두부터 새삼스레 원효와 화쟁사상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은, 이제금 우리로서는 과거 통일신라시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인류 문명의 대안을 제시할 대사상가의 출현을 기다려야 할 때라고 생각든 까닭이다.

이는 통일을 대비하는 우리에게 숙명적으로 주어진 세계사의 과제이기도 하다.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그어진 한반도의 분단 상황은 양대 이데올로기의 종언과 함께 막을 내릴 줄 알았으나 현실의 세계에서는 그렇지 못해 안타깝기 그지없다.

외부의 조건은 차치하고라도 우리 내부의 갈등 수준 또한 극에 달하여 지역간· 세대간· 노사간· 여야간 갈등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가장 커다란 남·북간의 갈등이 현존하는 이 때에 우리 스스로조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과거와 같이 외세에 의해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또 다시 맡기겠단 말인가.

올해는 일본 낭인들에 의해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이 있은 지 120년 되는 해이다. 아직도 역사의 장에 생생히 새겨진 그 때의 치욕을 우리는 벌써 잊었단 말인가. 아직도 과거의 죄악을 반성 할 줄 모르는 일본이 후안무치로 일관하며 무장을 강화하고 있는 이 때에 우리가 선택하고 가야 할 길은 어디인가.

통일신라시대에 이룩하였던 문화의 융성과 번성은 8세기 당시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다. 집집마다 숯으로 밥을 해 먹었다던 기록들로 보아, 당시 민족의 대통합과 화해를 이룩한 원효의 화쟁사상은 오늘날에도 갈갈이 찢어진 민심을 수습하여 세상의 모든 다툼을 화해 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에게 명확한 답이다. 민족의 화해와 대동단결만이 그 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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