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유례없는 중국산 철강 대량 수입에 국내 업계가 시름시름 앓고 있다. 중국의 내수부진으로 인한 ‘밀어내기식’ 수출이 계속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내 철강업체에게 돌아가고 있다.
1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1월 중국 철강제품의 수출량은 1029만 톤(t)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월 수출량인 676만t에 비해 1년 사이 52.1% 증가한 수치다. 직전 최대치는 지난해 12월(1017만t)로 현재 최대치보다 1.2% 낮다.
철강 제품을 포함한 지난 1월 중국의 전체 수출액은 2002억 5803만 5000달러로 전년 동월(1401억 8062만 6000원)대비 3.3%가 줄었지만, 철강제품만은 여전히 증가하는 모양새다.
이 같은 중국산 철강의 과다 유입은 중국의 내수 부진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몇 년 간 자국에 과다한 철강 공급을 해온 중국은 내수 수요가 악화됐고, 결국 넘쳐나는 철강 물량을 팔 곳이 없자 해외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것이다.
국내 업계는 싼 값으로 밀고 들어오는 철강에 속수무책으로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지난해 중국산 철강 수입량은 전체 철강의 절반이 넘는 58.1%(1321만 1000t)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에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업체에게 9~13%의 ‘합금강’ 수출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 혜택을 제공하는 점 역시 무분별한 중국산 철강 수입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철강업체는 10%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대량 수출을 해올 수 있었다.
이에 한국철강협회와 정부는 중국 측에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구했고, 올해 1월 1일부로 중국정부는 증치세 환급혜택을 폐지했다. 그러나 환급혜택 폐지 여파로 감소될 것으로 예상됐던 중국의 철강 수출은 지난 달 오히려 최고치를 경신해 국내 업계의 어려움은 가중됐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업계에서는 중국 철강업체들이 증치세 환급 대상에서 제외된 ‘붕소’ 대신 ‘니켈’ 이나 ‘크롬’ 등으로 재빠르게 전환, 증치세 환급 혜택을 여전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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