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독화살과 증세없는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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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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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어떤 남자가 독화살을 맞았다. 가족들이 달려들어 화살부터 뽑고 의사의 치료를 받자고 하자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 화살을 뽑기전에 먼저 화살을 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아야겠소. 이름은 무엇이며 어떤일을 하는지 알아야겠소. 그리고 그 활이 뽕나무로 만든 것인지 물푸레나무로 만든 것인지 또 화살은 보통나무로 만들었는지 대나무로 만들었는지 또 화살 깃은 매의 털인지 독수리의 털인지 아니면 닭털인지를 알아야겠소.”

이같은 비유 끝에 부처님은 “그가 이같이 말했다면 아마도 그것을 알기 전에 온 몸에 독이 퍼져 죽고 말았을 것”이라고 가르쳤다.

조세 형평성과 세제개편 논의로 온 나라가 들끓는 요즘 철학과 수업시간에 들었던 부처의 독화살 비유가 떠오른다. 세금 문제로 연일 입씨름을 벌이는 정치인들이 바로 이 남자같다.

30년간 국세청에 재직한 한 고위 공직자는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요즘 세금 관련 기사만 나오면 모조리 찾아서 읽어본다. 세법 만들고 세수추계 내는 것도 다 기획재정부 소관이지만 저희도 그냥 죄인 심정이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토로했다.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고도성장이 계속되던 시절에 만들어진 조세체계는 개편이 불가피하다. 부의 재분배가 확대되는 쪽으로 손을 볼 수밖에 없다.

개인소득세는 물론 법인세도 인상이 필요하다면 해야 할 것이다. 그 판단과 결정은 정치공방이 아닌 냉정하고 합리적인 이성에 입각해 이뤄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로 취임한 유승민 원내대표,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회동한 자리에서 "나는 한 번도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을 놓고 난데없는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원유철 의장이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이 말을 풀어냈다가 여론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어 불과 두시간도 지나지 않아 유 원내대표가 여야 원내대표 주례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원 의장의 발언을 거론하며 "내가 들은 바로는 박 대통령이 '증세없는 복지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 적은 없다"며 브리핑을 전면 번복했다.

국민들은 한시라도 빨리 합리적 조세개편 방안과 복지에 관한 다양한 담론을 듣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그런데 독화살의 출처를 가지고 매일 ‘남 탓’ 공방으로 허송세월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어디서 돌부처라도 구해와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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