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다. 눈이 내리면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다. 집근처 언덕에서 썰매를 타기도 하고,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할 수 있어 좋기도 하지만 정작 좋아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워싱턴지역에서도 버지니아 북부지역에 있는 페어팩스 카운티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곳이다.
미국에서 공교육 시스템이 가장 잘 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해, 한국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미국으로 조기 유학을 보내려 할 때 가장 먼저 살펴 보는 곳이기도 하다.
보통 스클버스가 아이들을 태워는 방식으로 돼 있는 미국은 외곽지역까지 버스가 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도심지는 제설작업이 제때 이뤄져 별 문제가 없지만 차량 통행이 드문 외곽지역같은 경우는 차량이 눈길에 미끄러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때문에 눈이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가 나오면 해당지역 교육청은 밤새 적설량 등을 예의주시하다 당일 새벽 5시쯤 학부모나 언론매체를 통해 아이들의 등요 가능여부를 통보하게 된다.
그런데 2주 전에는 페어팩스 카운티의 경우 잘못된 판단 때문에 교통사고가 발생, 일부 학생들이 다치는 일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눈이 오지 않는 캘리포니아 지역 출신 교육감이 북버지니아로 발령을 받아 오면서 제대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어찌됐든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가 나오면 아이들이 부모보다 이 사실을 먼저 알고 인터엣 SNS를 통해 서로 연락 주고 받으며 다음 날 아침 등교하지 않길 바라는 기도까지 하는 지경이다.
눈이 오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 바로 눈을 치우는 제설업체다.
지난 2년동안 워싱턴지역에는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아 제설업체들은 그야말로 울상이었다.
눈이 내리면 일단 트럭 앞쪽에 장착한 불도우저 모양의 대형 제설용 삽으로 눈을 밀고 차량 뒤로는 염화칼슘을 뿌려댄다.
그런데 눈이 오질 않으니 이러한 장비들은 무용지물이 되고 그야말로 손가락만 빨고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눈이 내리면 내릴 수록 이들은 신이 난다. 어떤 제설업체는 돈을 더 많이 준다는 곳으로 급히 가느라 정작 미리 계약을 맺었던 곳을 나몰라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올해 들어 갑자기 내린 폭설은 이들에게 단비와도 같은 것이 되어 버렸다.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이 있고,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있듯. 눈 때문에 웃는 이들이 있으면 눈 때문에 우는 이들도 있다.
최근 워싱턴지역에 폭설과 함께 들이닥친 강추위 때문에 지역 상권이 휘청거린다는 소식이다.
한인사회도 예외가 이닌지라, 워싱턴지역, 그러니까 워싱턴DC를 비롯해 버지니아 북부지역과 메릴랜드 지역에 있는 한인마켓, 식당, 세탁소, 이미용업소는 물론 제과업계와 케리아웃, 델리 등 한인 소매업체 매출이 뚝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대형 한인마트의 경우 설날이 끼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주일 동안 매출이 약 30%가량 줄었다고 한다.
눈 때문에 고객 발길이 뚝 끊긴데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강추위 때문에 수도나 스프링쿨러가 얼어 터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미 연방정부 같은 경우 폭설이나 강추위가 닥치면 공무원들의 안전을 위해 재택근무를 하게 하거나 아예 유급휴가를 주지만, 식당이나 소매업을 하는 경우 문을 닫게 되면 비싼 가게세 낼 돈을 벌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게 된다.
그래도 새하얀 눈이 내리면 하얗게 뒤덮인 경치를 보면서 마음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은느낌을 받는건 사실이다.
공항에선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못해도, 차들은 미끄러운 길에서 절절 매도, 집 앞을 덮은 눈을 하루 종일 눈삽으로 퍼 내는 고통이 있다 해도, 겨울을 겨울답게 만드는 눈은 언제나 반가운 존재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봄이다. 그때까지 모쪼록 폭설과 강추위 속에서도 모두가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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