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위세를 떨치던 제조업 대국, 중국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경제전문매체 동방재부망(東方財富網)은 춘제(春節·음력설) 전날인 17일 일본의 유명 시계브랜드 시티즌(CITIZEN)의 중국 공장, '시티즌정밀(광저우)유한공사(西鐵城精密(廣州)有限公司)'가 폐업을 선언했다고 22일 전했다. 이처럼 최근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 및 외자기업의 파산, 엑소더스가 줄을 잇고 있다며 이를 중국 제조업 위기가 임박했음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시티즌의 폐업 선언은 우선 중국 인건비 상승과 함께 동남아시아, 인도 등에 눈을 돌리는 글로벌 기업의 추세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중국 경기 둔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도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됐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 발을 빼려는 기업은 시티즌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예고대로 춘제 전에 베이징(北京)과 둥관(東莞) 소재 노키아 휴대폰 생산 공장의 문을 닫았다. MS는 노키아 생산공장을 베트남의 하노이로 이전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는 휴대폰 부품 제조업체인 대만 윈테크 쑤저우(蘇州)공장이 파산을 선언했으며 둥관에 위치한 일본 마쓰다 공장도 문을 닫았다. 같은 시기 쑤저우에 소재한 노키아 휴대폰 부품업체인 대만 실리텍(Silitech) 공장 가동도 중단됐다.
이 외에 일본의 샤프(SHARP), 다이킨(DAIKIN), TDK 등이 중국 소재 생산기지의 본국 회귀를 추진 중이며 우리나라의 삼성은 물론 나이키, 애플의 하청업체인 대만의 팍스콘 등도 중국이 아닌 동남아와 인도로 눈을 돌리는 추세다. 중국 개혁개방의 선구자, 덩샤오핑(鄧小平) 전 주석이 직접 중국 유치를 주도했던 일본의 파나소닉(Panasonic)도 중국 현지 TV 생산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다.
실제로 중국 제조업 기업의 상황도 심각하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춘제 직전 둥관에서만 100개가 넘는 대형 기업들이 도산하거나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안경, 신발, 라이터 생산으로 유명한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에 있는 제조 기업들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의 엑소더스, 로컬 기업 도산 등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의 배경에는 뚜렷해진 경기 둔화세와 1차에서 3차로의 산업구조 조정 등 경영환경 악화가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가장 큰 근거는 최근 경기위축 국면을 반영하고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등 주요 경기지표다.
HSBC 은행이 집계한 중국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7로 직전월인 지난해 12월에 이어 50선을 밑돌며 위축 국면을 이어갔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월 제조업 PMI 역시 49.8로 2012년 9월(49.8) 이후 처음으로 50을 밑돌았다.
HSBC 은행이 25일 공개할 예정인 2월 제조업 PMI 역시 49.6으로 예상, 3개월 연속 위축 국면을 이어갈 전망이다. 일반적으로 PMI는 50이상이면 경기확장을 50 미만은 경기위축을 의미한다.
이 뿐이 아니다. 중국 해관총서(세관)이 공개한 1월 수출입 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무려 10.8% 감소했으며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0.8%로 1%를 밑돌았다.
중국 유명 브랜드전략 전문가인 리광더우(李光斗)는 "시장은 공급과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하는데 중국 제조업은 현재 공급과 수요 모든 측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중국 제조업의 공급은 노동력과 자본 및 요소투입을 통해 이뤄지고 수요는 투자와, 소비, 순수출을 통해 반영되는데 인건비는 상승하고 투자, 소비와 수출이 위축되는 상황이라는 것.
중국 제조업의 기술력 부진도 문제로 언급됐다. 야오징위안(姚景源) 중국 국무원 참사실 특별연구원은 "중국 제조업 문제는 '크지만 약한 것' "이라며 "기계부품을 가공하는 공작기계의 중국 생산량은 전 세계의 38%에 육박하지만 고급형 기계는 오히려 수입하고 철강, 알루미늄 생산량도 세계 1위이나 항구 부두에 사용되는 철근, 비행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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