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의 시골편지] 복수초 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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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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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내 심장 굽이쳐 손가락 마디
발가락 끝까지
핏대 선 눈 빛 그 아득함까지
숨죽여 흘러가는 피

너무 오랜 추위에 새벽잠을 설치고
나뭇가지에 모여 신새벽 달빛을 긷다 문득
맨살에 현기증 나는 겨울 켜켜이
얼다 곪았어도 터질 수 없는 속병
고여만 있던 오랜 서러움들
이른 봄볕에 북받쳐 양지쪽 정수리가 먼저 터져
실핏줄 하나마다 귀 멀고 말을 잃고
그제야 밝아오는 눈빛들

꽃이 핀다 노랗게 더듬이도 없이
이 기쁜 한 철을 어찌 더듬어 살라고

심장 한가운데가 터져나가
황토들판을 쓸고 가는 강으로 살다
대숲을 울리는 바람으로 살다
차라리 관절 하나가 녹아
절름발이 산까치로 하늘을 날며
그리 살다 갈 것을

--

계절이 바뀌었다. 봄비 내리자 바람에서도 볕에서도 봄내음이 제법 풍겨온다. 남쪽 곳곳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꽃 핀다는 소식이 전해져 오고 있다. 매화는 벌써 피어 붉고 이른 과일 꽃도 피었다고 한다.

시골에서는 겨울이 가장 힘든 계절이다. 추운 겨울을 나야 하기 때문에 먼저 난방비 걱정부터 하게 된다. 또 겨울을 나며 얼어 터지는 곳이 없을까를 걱정해 수도나 정화조, 보일러실 등은 수시로 관리를 해야 한다. 그렇게 추운 겨울을 나다보니 봄을 맞는 기분이 도시에서 맞는 봄과는 전혀 다르다.

특히 봄을 알리는 꽃 소식은 전원생활 하는 사람들에게 큰 설레임이다. 겨울을 잘 보냈다는 안도감이기도 하다. 기쁘고 좋은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 바로 꽃소식이다. 복수초는 산촌에서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꽃이다.

눈이 녹기도 전에 눈 속에서도 꽃을 피워내는 복수초는 생명력이 매우 강하다. 자기 주위의 눈을 제 몸에서 나오는 열기로 녹여버린다고 한다. 겨울 끄트머리에서 추웠던 겨울에 복수라도 하듯 피기 때문에 복수초라 했는지 모르겠다.

김경래 OK시골 대표(시인) / www.oksigol.com

복수초[사진=김경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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