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가격 내려라’ vs 철강업계 ‘못내린다’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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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2-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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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스코 제공]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국내 철강업계의 가장 큰 수요처인 조선업체와 철강업계가 후판가격 인하를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업황 둔화와 원자재가 하락 등을 이유로 지난해 후판 가격을 인하한 후판 생산업체들이 올 1분기 가격협상에서 추가인하 압력을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상선시장 개선세 둔화와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은 만큼 자재 조달비용 감소를 통해 수익성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더불어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 업체들이 개선된 실적을 나타낸 바 있어 가격인하 압력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선사들이 후판 주문량을 줄여 철강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방법으로 압박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반 선박의 경우 후판 납품 계약은 약 100일~105일 이전에 체결하는 것이 관례다. 후판 생산업체 입장에서 조선업체로부터 선주문을 받은 뒤 스케쥴을 잡지 못한다면 가동률 저하로 이어져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후판 생산업체와 조선업체들은 조선용 후판 가격을 상반기화 하반기 두 번에 걸쳐 인하하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계약금액은 각 업체들 간 계약 내용에 따라 다른데다 내부기밀로 간주해 산출이 어려운 상태다.

다만 일반재 후판으로 가격대 유추는 가능하다. 공장도 가격은 t당 111만원, 유통가격은 t당 53만원이다. 이는 수입재 가격(52만원)과 근접한 수치다. 선박용 후판의 공장도 가격도 t당 111만원인 만큼 약 30~40% 가량 낮은 가격대가 형성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일반재의 경우 대리점 마진 등을 감안해 철강업체가 할인을 해주는 것과 달리 선박용 후판의 경우 업체와 고객사간 협상에 의해 실거래가가 형성된다. 거기에 선급 인증이 필요한 특수목적 품목인 만큼 가격은 이보다 높기 때문이다.

철강업체들은 가격인하 압력에 더 이상 내릴 형편이 못된다며 강하게 맞서고 있는 상태다. 추가 인하가 이뤄질 경우 롤마진(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차이)이 감소하고, 거기에 인건비 등을 더할 경우 오히려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업체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 그나마 위안을 삼는 분위기”라면서 “추가인하 압력이 계속된다면 고로를 보유하지 않은 후판 생산업체의 경우 수익 급락에 대한 시름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앞서 지난해 가격인하를 단행한데다 후판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이익 훼손으로 직결될 여지가 있어 추가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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